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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가족이라는 메타포로 균형이 깨진 세계를 보다

글 백지홍

코디 최, 〈베니치아 랩소디-허세의 힘〉, 2017 예상도2017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으로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이대형이 선정되었을 때에도, 그가 베니스에 함께 갈 작가로 이완과 코디 최를 말했을 때도 한국 미술계는 ‘예상외’라는 반응이었다. 미술 올림픽이라 불리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이 예상외의 팀이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더욱 예상외의 일이 일어났다. 한국 사회에 몰아닥친 최순실게이트의 직격탄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이 맞게 된 것이다. 코디 최 작가가 박근혜정부의 비리와 연관되어 있다는 추측성 기사가 미술계에 던진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약 두 달간의 ‘공백기’를 겪어야 했다. 전시를 위한 기금 마련이 취소/중단 되면서 한국관은 어느 때보다 험난한 과정을 거쳐 전시 준비에 들어갔다. 4월 12일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기자간담회가 시간과 예산 모두의 문제로 베니스에서 작업 중인 이완과 코디최 작가 없이 진행될 정도였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입이 탔다는 이대형 예술감독에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둘러싼 이야기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보았다.

 

 

Q.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에 공모에 지원한 동기는 무엇인가요?
평소 알고 지내는 작가 선생님이 추천을 해주셨어요. “나이도 어리고, 제가 선정되지는 않을 거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분이 “지금부터 시도라도 해보시라”고 해서 공모에 참여한 겁니다. 그러고 나서 잊고 있었는데 서류심사를 통과했다고 연락이 왔고, PT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PT 준비 기간이 짧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20일, 그러니까 3주도 안되었다는 점인데요. 저 같은 경우는 회사의 허락이 필요했기에, PT에 온전히 투자한 시간은 15일 정도밖에 안 됐습니다. 하지만 평소 크리스틴 마셀(Christine Macel, b.1969)의 전시와 베니스비엔날레에 대해 관심을 두고 관찰해왔기에 PT 준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기간은 아니었습니다. 한국관 주제인 ‘카운터 밸런스’(Counterbalance)도 4~5일 정도 고민 끝에 나왔습니다. 비엔날레에는 다양한 담론이 나오는데, 담론은 미술이론과 미술사를 넘어선 보다 큰 맥락에서 시대적 가치,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해요. 어떤 게 서구에 먹힐지 찾으면서 기획하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됩니다.

 

Q.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이라는’ 추상적이고 상투적인 선정 이유를 발표했습니다.
의례 발표되는 추상적인 멘트죠.(웃음) 그러나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한국관’이기 때문에 한국적인 무언가를 짚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한국적인 주제를 소재 면에서 접근하면 진부할 수 있습니다. 한국적인 것을 논하기 전에 시끄러운 세상을 먼저 보았습니다. 이데올로기, 종교,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갈등이 팽배한 상황이에요. 사람을 둘러싼 물질 환경은 점차 풍요로워지고, 테크놀로지의 발달을 통해 소통도 잘 하는 것 같지만, 사람과 사람을 갈라놓는 벽이 생기고 있습니다. 한국을 들여다보면 소득의 양극화, 세대 갈등의 심화, 극렬한 좌우 대립이 존재하고 있죠.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다가 가족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아, 이거구나. 이거야말로 한국적이면서도 다른 많은 국가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관에서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징적인 메타포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고, 가족사진이 그 관점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Q. ‘가족’이라는 메타포에 대해서 보다 자세하게 알려주세요.
한국관 전시는 세대에 따른 복합적인 관점을 3대에 걸친 가족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보여주고자 합니다. 제 할아버지는 일제 식민지 시대를 경험했고, ‘왜놈’을 욕으로 쓰셨어요. 하지만 일본이 우리보다 잘하는 것들에 대한 존중이 동시에 존재했죠. 아버지는 반공 세대셨기 때문에 미군이 우리를 살려줬다는 의식이 강했어요. 저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은 세대였고요. 식문화 같은 부분에도 그러한 영향이 남아있죠. 할아버지 세대는 스테이크가 고급 음식이란 걸 알았지만 먹어본 바 없었고, 아버지 세대는 스테이크는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하면서도 특별한 날에 먹는 서양의 고급 음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스테이크라는 음식에 대해 그러한 동경이 없고요. 이런 세대 차이는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 대한민국의 모습이도 하죠. 시청 앞 광장에 촛불을 든 어린 세대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나온 세대 사이의 차이. 이러한 관점 차이는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만, 미얀마, 중국 등 아시아에 유사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조금 더 넓히면 3대에 걸친 관점과 생각 차이는 인종과 국가를 막론하고 중요한 지점이라 생각했습니다.

 

Q. 국가관 전시이기에 한국적인 것에 대한 강박이 있다고 하셨는데, 베니스비엔날레는 형식상 국가대항전 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런 부분이 기획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요?
올해 비엔날레에 84개 국가가 참여하는 만큼 그러한 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글로벌리즘, 인터내셔널 라벨이 붙는 관점에서 현대미술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적인 무언가를 들여오되, 그것이 우리에게만 울림이 있는 것이 아니라 트랜스 내셔널리즘의 관점에서도 울림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 비엔날레의 감독인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 b.1963)는 아프리카를 비엔날레의 중심에 두었어요. 프랑스 출신 크리스틴 마셀이 감독할 때는 어디를 중점에 둘지 생각하면 유럽이나 북아메리카는 아닐 것이고, 남아메리카도 가능성이 낮고, 결국 ‘아시아’를 건드릴 것입니다. 이러한 예측을 바탕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완(b.1979) 작가를 먼저 선택했습니다. 실제로 전시를 앞두고 크리스틴 마셀이 아시아 작가들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완 작가의 작업은 한국이 겪었던 모더니즘, 포스트 콜로니얼리즘,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기에 발생하는 문제를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문제들을 다소 먼저 겪은 한국의 눈으로 바라보고 작업한 것이지요. 이런 문제를 겪지 않은 서구의 눈으로는 할 수 없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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