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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다시 일어서려면.

글 백지홍

 

이번 달은 예기치 못한 사건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지난 6월 5일 저희 가족과 3년 6개월을 함께 해온 반려견 ‘사랑이’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뒷다리가 마비된 것입니다. 빠르게 동네 병원을 찾았지만, 3일간 차도는 없었고 큰 병원으로 옮겼을 때는 신경 치료는 빠를수록 좋은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아야 했습니다. 동시에 사람으로 치면 가장 원기 왕성한 청년 시기이니, 회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나마 높고, 10년이 넘는 삶이 사랑이에게 남아 있으니 최선을 다해 치료하는 것이 좋겠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포에 떠는 사랑이는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갔습니다. 사랑이가 집을 떠난 3주에 가까운 시간, 집안은 텅 빈 것 같더군요.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은 떠오를 때마다 슬픈 감정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젊음은 좋은가 봅니다. 물론 의사 선생님은 치료에 앞서 부정적인 경우의 수들을 먼저 말씀해주시곤 하지만, 그것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다리는 물론, 꼬리도 움직이지 못하던 사랑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휠체어를 타고 뒷다리를 조금씩 움직입니다. 어쩌면 자신의 네 발로 땅을 딛고 설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품게 합니다. 이번 7월호 마감이 끝나면 사랑이는 퇴원하고 오랜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제 개인에게 이런저런 안 좋은 일, 안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해결하기에 벅찬 일 등이 겹쳐있던 시기에 사랑이에게 일어난 일은 저의 기분을 바닥으로 끌고 가더군요. 힘내라는 말만으로, 자기 다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버티기’밖에 없습니다. 어떻게든 버틴 끝에 몇 가지 일은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호 마감을 포함해서 말이죠. 아직 버틸 일이 많지만, 작은 사랑이도 끝까지 버티고 있는데 제가 포기할 수는 없겠지요.
저만 힘든 것은 아닌가 봅니다. 뉴스를 보면 전 세계의 비극들을 접하게 됩니다. 양극화된 세계에 찾아온 저성장 기조는 인심(人心)이 날 곳간을 텅 비운 것일까요. 여유가 있는 이들은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람의 목숨을 고려 가능한 기회비용으로 여기기 시작했고, 한계에 부딪힌 이들은 멀리 있는 문제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곁에 있는 사람 탓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 문제를 예술계 중심으로 끌어들였던 카셀 도쿠멘타는 ‘아테네로부터 배우기’라는 주제로 잘 사는 북쪽과 못 사는 남쪽으로 갈라진(심지어 유럽에서도!) 세계를 살펴봅니다. 카셀에서 뮌스터로 이어진 바쁜 일정을 끝내자마자 마감일정에 맞춰 ‘카셀 도쿠멘타 현장을 가다’를 완성한 김정아 기자를 포함한 5인의 취재팀의 노력은 8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특집에도 이어질 예정이니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마감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 예전보다 사람의 손길을 더 필요로 하는 사랑이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남은 재활치료 기간은 사랑이에게도, 가족에게도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려면 겪어야 할 고통도 있습니다. 어쩌면 위기를 맞이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할 고통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 아닐까요? 모든 고통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저와 사랑이는 버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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