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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EXHIBITION

로드첸코, 시각혁명을 이끌다

글 박평종

로드첸코, 〈비상계단(Fire Escape)〉, 1925

《혁명의 사진, 사진의 혁명: 로드첸코 사진》(이하 《혁명의 사진, 사진의 혁명》)전은 두 가지 점에서 주목을 끈다. 우선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로드첸코(Alexander Rodchenko, 1891~1956) 전시라는 점, 둘째는 러시아혁명 100주년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국외에서는 1917년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맞아 지난 세기에 생산된 가장 혁신적인 미술운동을 재조명하는 전시들을 기획했다. 한편, 국내의 경우 러시아 구축주의(Constructivism)에 대한 관심은 1980~90년대에 ‘반짝’ 일었다가 지금은 ‘거의’ 소멸한 상태다. 이는 국내 서양미술사 연구자의 상당수가 『옥토버(October)』¹지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현실에 비추어볼 때 아쉬운 일이다. 10월 혁명의 정신에 기반을 두고 출발한 미술 담론이 정작 그 미술운동 ‘100돌’에 무관심한 현상은 아이러니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 구축주의의 아방가르드 예술가 로드첸코를 국내에서 만난다는 사실은 비록 전시 규모는 작지만 뜻깊은 일이다. 《혁명의 사진, 사진의 혁명》전은 로드첸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30점의 사진을 간추려 정리하여 보여준다. 기획자는 작품을 ‘포트레이트’, ‘시점의 혁명’, ‘실험’, ‘르포르타주 사진’, ‘스포츠’ 총 5개의 섹션으로 구분하여 로드첸코를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로드첸코는 한마디로 총체 예술가다. 회화와 조각, 그래픽, 디자인, 건축, 사진, 영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전 방위에서 활동하면서 혁명기의 소비에트 예술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해도 과장이 아닐 듯싶다. 그 중에서도 로드첸코는 특히 사진에 집중했다. 카잔(Kazan)의 미술학교에서 구상회화로 작가활동을 시작했던 그가 1921년 ‘회화의 죽음’을 선언하면서 디자인과 그래픽, 다시 사진으로 방향 선회를 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구축주의에 대한 요구가 핵심이다.
혁명 이후의 소비에트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일대 혁신이 필요했다. 서구 자본주의와 경쟁하기 위한 생산력 증대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레닌(Vladimir Il'ich Lenin)의 ‘신경제정책’이 바로 그 예다. 이에 따라 문화 예술의 영역에서도 생산주의(Productivism)를 수용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이른바 ‘순수예술’을 폐기하고 삶과 밀착된 예술을 찾아나가는 것이 급선무였던 것이다. 말하자면 ‘혁명에 봉사하는 예술’을 요구했던 셈이다. 1920년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와 로드첸코, 스테파노바(Vavara Stepanova) 등의 주도로 결성된 예술가그룹 ‘인후크(INKhUK)’는 구축주의 이론의 산실이다. 1921년 1월부터 4월까지 진행한 토론회에서 구축주의 이론의 뼈대가 마련된다. 토론회의 주제는 “구축(Construction)과 구성(Composition)의 개념 분석과 그 정의”로 여기에서 로드첸코는 두 개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개진한다. 그에 따르면 양자의 차이는 ‘목적’에 있다. 목적은 필요의 산물이고 그에 따라 엔지니어는 ‘순수한 구축’을 실행해 옮긴다. 한편 예술가는 목적이 아니라 취향에 따라 ‘구성’을 수행한다. 그 결과 취향에 의거한 ‘구성’에는 불필요한 과잉, 즉 불순물이 개입한다. 반면 순수한 구축에는 과잉이 없다. 로드첸코는 건축가 라도프스키(Nikolai Ladovsky)가 제안한 기준을 다시 수용하여 회화에는 캔버스와 물감 등 순수한 구축을 저해하는 과잉요소가 수반될 수밖에 없으므로 구축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회화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1. 『옥토버(October)』는 1976년 미국에서 창간된 미술 전문지로 현대미술과 비평, 그리고 이론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E. Krauss), 크렉 오웬스(Craig Owens), 할 포스터(Hal Foster), 벤자민 부클로(Benjamin H. D. Buchloh) 등의 이론가들이 참여한 『옥토버』는 모더니즘의 형식주의를 거부하고 프랑스 후기구조주의 이론을 미술에 본격적으로 적용하며 현재 세계 미술의 담론을 이끌어오고 있다. 특히 ‘옥토버’라는 명칭을 러시아혁명(10월 17일)이 일어난 10월(October)에서 직접적으로 따왔다는 점은 이 잡지가 지향하고 있는 바를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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