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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EXHIBITION

'공공(公共)'의 수사학

글 유혜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중진작가 시리즈로 기획된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뮌(MIOON, 김민선+최문선)의 개인전 《미완의 릴레이》가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뮌은 두 작가가 독일 유학 시절인 2001년 공동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주목했던 ‘군중’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에서도 지속했다. 《미완의 릴레이》는 오늘날의 공동체 혹은 공공이 작동하는 양태들을 키네틱 오브제와 설치, 퍼포먼스 영상으로 시각화한다. 작가 인터뷰에 따르면, 전시명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이루는 관계들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상호 영향을 주는 모습을 ‘릴레이’ 경주에 빗대어 착안한 것이다. 또한 ‘공동체’와 ‘공공’의 개념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적 배경과 사회 구성원에 따라 재정의된다는
의미에서 ‘미완’이라는 단어를 더해 넣었다.

 

뮌, 〈이동식 놀이동산〉, 메탈구조물, MDF, EVA, 모터, LED라이트, 가변크기, 2017


 

 

오작동의 작동

어두운 1층 전시실 전체를 점유한 키네틱 조각들과 사운드, 설치작업은 〈이동식 놀이동산〉이라는 제목으로 제시된다. 즐거움을 얻기 위한 공동의 목적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일정한 규칙에 따라 정해진 쾌락을 공유하는 ‘놀이동산’은 그 자체로 공적 공간이자, 뮌의 작업에서는 ‘공공’ 일반이 작동하는 방식을 ‘은유’하는 보조관념이 된다. ‘네티즌’으로 대표되는 21세기의 군중들이 물리적, 심리적으로 ‘이동적’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은 놀이동산을 이동식으로 설계하게 했다. 총 25개의 개별 작품으로 구성된 〈이동식 놀이동산〉은 모두 조립식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는 고정되지 않고 느슨한, 언제든지 모였다가 해체될 수 있는, 웹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의 속성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또한 새 전시가 열리면 일정 기간 동안 새로운 작품이 장소를 점유하여 관객에게 선보인 뒤 전시가 종료되면 모든 것들이 철수되는 미술관이라는 제도의 작동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전시 도입부, 흰색 가림막으로 둘러쳐져 둥글게 마련된 공간에 들어서면 반대쪽에 위치한 움직이는 조각들이 요란한 그림자 연극을 펼친다. 잠시 그림자들의 유희를 즐긴 후 곧 그 그림자들의 실체를 유추하게 되는데, 거기에는 다양한 형상으로 자리한 키네틱 조각들뿐 아니라,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의 움직임도 포함된다. 무엇이 조형물이고, 무엇이 실제 인물인지 단번에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놀이기구’를 재현한 개별 조각들을 ‘가상’의 것으로 여긴다면, 가상과 실재가 어우러져 그림자를 통해 또 다른 가상을 창조해낸 셈이다. 자연히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연상된다. 그림자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그 실체를 있는 그대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가림막 바깥의 상황의 세부를 지워버리고 검은 실루엣만을 축소하거나 확대해 보여주는 이 그림자들은 스펙터클의 시대, 미디어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사회풍경을 표상한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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