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TOP

IMAGE&ESSAY

말로 하기가 어려워서 편지를 씁니다

글 이미래

 

큐레이터님께

 

이미래, 〈뼈가 있는 것의 운동〉 발견된 오브제에 유토, 모터 장치 및 혼합매체 15×7×38cm, 2016뼈가 있는 것들

저번에 슬쩍 이야기했던 것처럼 뼈가 있는 조각을 만들고 싶어요. ‘뼈가 있는 것’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만 실제로 보이는 것은 살인 조각이에요. 살이 될 유토는 부드럽고 수공예적 요소가 강한 재료이기 때문에, 뼈는 공산품적인 오브제를 사용하거나 철파이프를 벤딩하는 방식으로 제작해서 조형적 대비를 주면 어떨까 하는 계획이에요. ‘뼈가 있는 것(a thing with bones)’의 영제에 대해 생각하면서는 ‘thing’이 포괄하는 어마어마한 범위에 호감을 느꼈어요. 말을 얼버무리려고 할 때나 꼬집어 뭐라고 부를 수 없는 사물을 부를 때 쓰는 단어, 갑작스러운 단순화의 순간에 쓰이는 단어. 또 살아있는 것 같긴 하지만 내가 파악할 수 없는 생명체를 부르는 이름.

 


 

히스테리, 엘레강스, 카타르시스 : 섬들

유토는 얌전하게 고른 표면으로 덮일 수도 있지만 보통 구리스라고 부르는 산업용 윤활유와 함께 덕지덕지 붙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조각을 만든다면, 자기 몸을 감싸고 돌아가는 팔들을 달고 싶었어요. 팔은 실리콘 튜브를 써서, 우선 철봉으로 된 다리에 감긴 다음, 팔을 돌리는 모터의 몸통 부분을 감싸고 돌도록 만들고 싶어요. 올 초에 개별적으로 떨어진 섬들과도 같은 조각군을 상상했었고, 그 안에 존재하는 초상들 중 하나로 하자고 결정했어요.

 


 

마치며

지난번에 뵀을 때 올해는 히스테리와 클리셰, 카타르시스와 에너지 등에 관심을 가져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뼈가 있는 조각은 설사 키네틱 작업이 된다 할지라도 여전히 흐리멍텅하고 정적인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이 흐리멍텅함에는 계몽 당하는, 혹은 개안이 되는 것과는 반대 지점에 놓인 청량감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주 낮은 곳으로 갑자기 하강할 때의 감각 같은 것이요. 작업을 통해서 그런 감각을 재현해보고 싶어요.

 

 

 

이미래 드림

 

 

THIS DIRECTORY

THIS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