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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ART

작품과 관람객, 그리고 보존처리가의 소통의 공간

글 이하나

보스턴미술관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보존처리현장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컨서베이션 인 액션(Conservation in Action)’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갤러리 내에서 보존처리가들이 손상된 소장품을 수리하는 모습을 공개함으로써, 미술관의 주요 기능인 보존과 전시 그리고 교육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4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진행된 하나부사 잇쵸(英一蝶, 1652 ~ 1724)¹의 〈열반도(涅槃図, The Death of the Historical Buddha, 1713)〉 보존처리는 아시안 컨서베이션 스튜디오(Asian Conservation Studio)²가 두 번째로 수행한 ‘컨서베이션 인 액션’ 프로젝트이다. 잇쵸의 〈열반도〉는 일본 회화 작품 중 흔치 않은 대형 족자 형태로, 전시공간에 비해 크기가 커서 미술관 컬렉션으로 편입된 후 약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한 번의 전시를 제외하곤 내내 수장고에 잠들어 있었다. 그러던 중 해당 작품의 일본 전시가 결정됨에 따라 컨디션 체크가 진행되었으며, 실로 오랜만에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오랜 기간 돌돌 말린 채 보관되어 작품을 펼쳤을 때 화본(畫本)³과 배접지의 분리, 화면 내 수많은 꺾임과 갈라짐, 족자 상단부의 심각한 충해 등이 확인되어 보존처리가 불가피한 상태였다.
따라서 잇쵸의 〈열반도〉에 대한 보존처리계획이 수립되었고, 개장(改粧)을 하되 안정적인 부분은 재사용하는 방향으로 논의되었다. 족자 바깥 쪽의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푸른 비단(総縁, Soberi)의 경우 특히 상회장(上繪粧)⁴ 부분에 바스러짐과 충해가 심각하여 재사용이 불가능하였다. 그리하여 동일한 색상과 형태의 모란문 주자직(朱子織)의 비단을 새롭게 제작하여, 수리 후에도 작품의 인상이 비슷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보존처리계획 단계에서 전문 인력 부족, 막대한 수리 비용, 그리고 대형 작품을 처리하기에는 협소한 스튜디오의 크기 등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다. 현재 아시안 컨서베이션 스튜디오의 일본 회화 담당자는 필립 메러디스(Philip Meredith)와 타냐우에다(Tanya Uyeda) 단 2명으로, 세로 481.3cm, 가로 211.1cm에 달하는 큰 규모의 작품을 한정된 시간 내에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때마침 스미스소니언 박물관(Smithsonian Institution) 산하 프리어-세클러(Freer Gallery of Art and the Arthur M. Sackler Gallery)의 보존처리실이 리노베이션에 들어감에 따라 그곳의 일본 회화 담당자인 앤드류 헤어(Andrew Hare)와 지로 우에다(Jiro Ueda)의 손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스미토모 재단(住友財団, Sumitomo Foundation)5이 작품 처리에 필요한 재료와 프리어-세클러에서 파견되는 인력의 체재비에 대한 후원을 약속하면서 재정적인 부담을 다소 덜게 되었다.보존처리 모습

 

1. 일본 에도시대의 시인이자 화가로, 본명은 타가 신코(多賀信香)이다. 수도였던 에도에서 주로 활동하였다. 당대 가장 영향력 있던 카노파에 입문하여 훈련을 받았으나, 전통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화풍을 구사하였다. 1698년에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에도에서 추방당하였으나, 11년 뒤 사면되어 에도로 돌아와 하나부사 잇쵸로 개명하여 활동했다.

2. 20세기 초 오카쿠라 텐신(岡倉天心)이 보스턴미술관의 동양부 큐레이터로 취임할 때, 일본 미술품의 관리를 위해 동행한 일본인 표구사가 스튜디오의 초석을 닦았다. 아시아를 제외하곤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아시아 회화 담당 보존처리공방으로서 현재 크게 일본 회화와 중국 회화, 그리고 인도와 이슬람, 일본 등의 편화(Flat works)를 담당하는 세 부서로 나뉘어 있다.

3. 서화를 보호하고 장식하기 위한 장황(裝潢)에 있어, 그림, 글씨, 지도 등 장식의 대상으로 일본에서는 본지(本紙), 중국에서는 화심(畵心)이라 칭한다.

4. 장황의 구성 요소로 족자의 가장 바깥쪽 부분 중 위쪽에 붙은 비단. 아래쪽에 붙은 비단의 경우 하회장(下繪粧)이라 이른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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