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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청취자를 위한 고독 극장

글 김정현

조현아 개인전 : 누군가의 목소리가요, 듣고 싶어집니다. 라디오만이 제 친구입니다.
4.26-5.21
아트선재센터

 

《조현아 개인전: 누군가의 목소리가요, 듣고 싶어집니다. 라디오만이 제 친구입니다.》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 아트선재센터

조현아는 ‘내던져진 삶’을 사유하는 과정에서 2010년 NHK에서 기획한 ‘무연사회’에 주목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무연고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을 다섯 명씩 만났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진다고 읊조리던 사람에게는 말을 건넬 상대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이 작업은 목소리를 잃은 사람들이, 아주 오랜만에 말을 꺼내게 하는 일이다. 그러나 말이 한갓 발성이 아니라 발화가 되는건 언제나 쉽지 않다.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을 말을, 낯선 이들에게, 어떻게 들리게 만들 것인가.
이 전시에는 여러 다른 ‘듣는’ 주체가 등장한다. 가장 먼저 듣는 자는 작가 자신이다. 작가는 외딴 삶을 사는 10인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작업으로 풀어내며 ‘중간자(intermediator)’를 자처한다. 그러나 이런 구분은 단지 역할의 차원에 있을 뿐, 고립된 삶을 고백하는 작가는 열한 번째 화자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청자는 인터뷰에 응한 한국인 5인(그룹 A)과 일본인 5인(그룹 B)이다. 단, 작가가 양측에 동일하게 번역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의 청취(독해) 경험은 상이해진다. 한국인에게는 수정, 번역된 이야기가 제시되지만, 일본인은 번역 대신 일본어 독음을 단 텍스트를 접하게 된다. 이들은 상대의 이야기를, 또는 뜻을 알 수 없는 문자를 낭독한다. (서로의 녹음 파일을 들었을까?) 세 번째는 관람자다. 관람자는 무엇을, 어떻게 듣게 되는가?
케이크갤러리와 아트선재센터 전시 사이에서 가장 눈에 띄게 변했으며, 아마도 가장 문제시되었을 부분이 바로 목소리의 재생 방식일 것이다. 목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울리게 만들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개별적인 목소리도 들을 수 있게했다. 전시장 중앙의 기기장치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10개의 책걸상을 연결하는 전선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관람객이 자리에 앉으면 센서가 반응해 라디오가 켜지도록 설계된 이 작업은 소리가 포개지는 순간이 아니더라도 이미 하나의 ‘라디오 섬’을 이룬다. 관람객이 널찍한 전시장 곳곳을 조심스럽게 거닐거나 멈춰서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어둠과 아날로그 사운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관람객이 서로에게 작업의 이미지(마치 고용된 퍼포머처럼)를 제공하게 만든다.
청취 환경이 개선되며 차근차근 눈에 들어온 전시장의 풍경은 흑백 사진과 슬라이드 프로젝션이 전시장 벽을 타고 움직이는 영상과 뒤섞여 거대한 극장처럼 보인다. 타인의 목소리를 재현하지 않고 ‘체현’하려 했다는 작가의 시도는 빈틈없는 연출로 인해 역설적으로 다시 환영을 이루는 듯하다. (극장은 환영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이 ‘고독 극장’은 날이 갈수록 번잡해지는 관광지 한 가운데 고립되어 있는 아트선재센터의 분위기에 걸맞다. 단지 고독을 화두로 삼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러한 고독의 쾌적함과 자족적인 면모 때문에 그렇다.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지워진 타자의 목소리를 전하고 이에 공감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예술 창작의 거대한 축이 흔들릴지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타자의 이름을 호출할 때의 과도한 공감 능력이나 자기 연민을 끊임없이 자기검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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