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TOP

REVIEW

영상과 영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 사이에 서다

글 김시습

상영중
5.26-7.15
인사미술공간

변재규, 〈영화의 빛나는 밤〉, 혼합매체, 가변 설치, 2014 이미지 제공 : 인사미술공간인사미술공간의 전시 《상영중》은 영상 작품이 주를 이루는 전시지만, 전시작 중에 몰입 가능한 서사를 가진 작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전시는 영상의 내용보다는 영상을 구성하는 물질적이고 구조적인 조건 자체를 통해서 어떤 의미를 발생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획자인 송지현은 주로 국내의 실험 영화제를 다니면서 전시를 구성할 작가와 작품을 골랐다고 한다. 이것이 아마도 전시에서 영상의 내용보다 물질적이고 구조적인 토대가 강조되는 주된 까닭이겠지만, 주로 영화관에서 상영되던 작품들이 미술 전시장에 들어왔을 때에는 무언가 또다른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전시에 영상과 함께 상영을 위한 장치가 동시에 설치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영화관이었다면 관객의 뒤쪽에 위치했을 것이며, 일반적인 영상 전시였다면 어딘가 잘 안 보이는 곳에 위치했을 상영 장치들이 이 전시에서는 오히려 영상과 함께 부각되어 드러난다. 그 종류는 다양하다. 빔 프로젝터나 모니터와 같이 오늘날 전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치도 있지만, 지난 시대의, 그러니까 길게는 130~140년에서 짧게는 20~30년 이전에 사용했던 상영 장치들이 활용되고 있다. 변재규의 〈영화의 빛나는 밤〉이나 아영의 〈빛-필름(무빙)〉에서 영화 발명 이전의 상영 기구인 조에트로프(zoetrope)를 닮은 기계 장치가 사용되는가 하면, 김민정의 〈푸티지〉와 임고은의 〈5월 어느 날 5일〉에서는 16mm 필름 영사기가, 그리고 아영의 〈빛-필름(스틸)〉에서는 슬라이드 프로젝터가 쓰이고 있다.
전시가 제시하는 영상을 구성하는 조건이란 상영 장치와 같이 손에 만져지는 것만이 아니다. 전시는 영상 내부의 기초적인 이미지 구성 형식과 같은 것을 영상을 구성하는 구조적 조건으로서 눈에 보이도록 제시한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의 영화들에서 운전하는 장면만을 이어붙인 김다연의 〈드라이브〉는 이들 영화가 풍경과 함께 인물을 포착하는 반복된 코드를 드러내 보여준다. 또한 주연우의 〈Swarm Circulation〉에서는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의 강박적인 반복이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 시대의 영상을 구성하는 기초적 형식으로서 제시되고 있다.
이렇게 전시는 영상 이미지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 사이에 끼여 있는 물질적이고 구조적인 조건들에 주목한다. 사실 영상을 다루는 미술 공간에서의 전시는 꼭 이 전시가 아니더라도 영상 주변의 다른 조건들을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미술 공간에서의 영상전시는 전시 공간과 관객의 동선을 고려해야 한다는 특별한 상황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전시에서 고려되는 조건이라는 것이 영상 매체 자체의 역사적이고 인식론적인 배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THIS DIRECTORY

THIS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