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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시로 쓴 그림

글 문영대

박필임 개인전
5.20-6.19
갤러리 헬렌

 

박필임, 〈내 마음의 풍경〉, 캔버스에 아크릴, 72×60cm, 2014이번 전시회에서 박필임 작가는 영원한 여성성이 담긴 시적 표현에 유독 관심을 가진 듯싶다. 그 ‘시적 회화’들은 크게 〈사유의 창〉 시리즈와 〈무제〉 시리즈, 〈사계〉 시리즈, 구상성이 확연한 작품 등으로 대별된다. 그 중에서 화가 자신의 내면 세계와 가장 부합하는 작품은 〈사유의 창〉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다른 작품들과 큰 차이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구상성이 짙은 기존의 몇 작품을 제외하면 화법이나 맥락 등에서 볼 때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그럼에도 굳이 구분하자면 프레임의 차이, 즉 ‘사유의 창’과 ‘마음의 창’이랄까? 따라서 제목에 따른 구분은 그리 중요치가 않고 근작은 모두 같은 성향의 ‘시적 회화’로 요약이 된다.
박필임 작가의 근작 ‘시적 회화’는 크게 세 가지 정도의 특징이 눈에 띈다. 먼저 시의 리듬과 운율이 발전하여 노래가 되었듯이 그의 그림에서는 자유분방한 선과 색의 조화로 마치 화면이 노래하고 춤추는 듯하다. 시가 비논리적인 세계이면서도 사유의 힘이 큰 것처럼 화가는 회화라는 수단을 통해 그런 효과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유의 창〉이라는 제목 자체에서 드러나듯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정신적 가치에 중점을 두었음을 알 수 있다. 화가는 자신만의 정신과 영혼을 화면에 주입, 사물의 본성까지 변형시킨다. 작품 곳곳에 깊은 내면의 감정이 묻어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세 번째는 오방색의 향연과 변주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의 원색이 요소요소에서 화면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특히 화면의 전체적 주조색은 밝은 파랑인데 화가는 그 색을 ‘여명이 밝아오는 희망색’으로 여긴다.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 의하면 “청(靑)은 오행 가운데 목(木)으로서 동쪽에 해당하고 만물이 생성하는 봄의 색으로 창조, 생명, 신생을 상징하며…”이다. 그러니까 화가는 오방색의 의미, 즉 순수 동양적 사고에 입각한 색을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화가는 좀 더 시적인 표현을 추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연의 리얼리티를 무시하는가하면 사물의 배치도 전경과 중경, 심지어 원경조차 구분을 하지 않아 화면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화면의 평면성이 강조되어 조형적으로 아주 독특한 공간들이 창출되기도 한다. 가령 〈사유의 창-무제 (4)〉를 보면 그 공간을 화가가 특유의 붓질로 완성시켰음을 볼 수 있는데, 거의 비어있는 눈부신 여백은 마치 선(禪) 사상과 유사한 명상적 사고로 우리를 이끄는 듯하다.


 

“나에게 그림은 한 폭의 시이고 싶고, 희망의 메시지이고, 진솔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고, 마음을 격려하고 치유하며 에너지를 얻는 장(場)이기도 하다. 그 대상이 정물과 풍경 위주로 자연사계 속 실제로 본 느낌을 재구성하여 그리는 편인데, 나의 생명철학을 바탕으로 한 ‘사유의 창’ 시리즈로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면 보이지 않는 마음을 대상을 통해 재구성하여 그리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가장 단순하고 명료하고 편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이 과정은 언제나 나 자신과의 도전이고 승리이기에 한발 한발 앞으로 함께 웃으며 나아가고 싶다.”
-박필임 작가노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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