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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사라세노, 함께 살아가는 방법

글 장서윤

《행성 그 사이의 우리》 전시 전경. 사진: 박수환

“나는 지구에서 왔습니다(I’m from planet earth).” 아르헨티나 출신의 건축가이자 현대예술가 토마스 사라세노(Tomás Saraceno, b.1973)가 종종 언급하는 말이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이하 ACC)에서 개최된 그의 개인전 《행성 그 사이의 우리(Our Interplanetary Bodies)》(7.15~2018.3.25)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사라세노는 기자간담회에서 다시 한번 이 말을 반복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명료화했다. 성별, 국적의 구분이 없는 단지 ‘지구인’이라는 것이다. 얼핏 괴짜 같아보이는 이 발언은 곧 행동으로도 이어졌다. 햇볕이 내리쬐는 ACC 광장에서 작은 배낭을 열고 주섬주섬 꺼낸 〈에어로센(Aerocene)〉을 직접 시연해 보인 것이다. 공기 빠진 에드벌룬 같은 〈에어로센〉을 짊어지고 광장을 뛰어다닐수록 점차 부풀어 올라 거대해진 〈에어로센〉이 하늘로 떠올랐을 때 사라세노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이 짧은 기자간담회에서 선보인 그의 엉뚱한 말과 행동은 사라세노의 작업 세계를 함축해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예술과 과학의 만남, 그리고 이것이 ‘실현’시키는 유토피아적 구상은, 미술계는 물론 관람객들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재미있다.’ 이것이 바로 동시대 현대미술에서 다른 예술가와 구별되는 사라세노의 독특함이다.

 

 


 

행성 그 사이의 우리

《행성 그 사이의 우리》가 열리고 있는, 2,317평방미터라는 거대한 ACC 복합1관 안으로 들어서면, 순간 시공간이 뒤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방이 어두운 가운데 부유하는 9개의 구(sphere)를 지나쳐 공간 안쪽의 벽면을 향해 들어가면 살아있는 거미와 그 거미가 만들어놓은 거미줄이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살아있는 거미가 ‘전시’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도 잠시, 벽면을 가득히 채우고 있는 스크린을 마주하면 마치 별자리와 같은 추상적인 점과 선들이 만들어내는 움직임들을 보게 된다. 이와 더불어 관람객들이 움직이는 내내 전시장은 시종일관 알 수 없는 소리들로 채워진다. 자연에서 나는 바람소리 같기도, 기계소리 같기도 한 이 효과음들은 전시의 배경 음악이 되어 관람객의 청각을 자극한다. 흡사 놀이공원이나 우주항공박물관의 ‘우주탐험관’을 상기시키는 《행성 그 사이의 우리》는 올 여름 ‘블록버스터급’ 전시로서 관람객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에 일말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 이 전시가 그저 쉽고, 흥미유발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9개의 행성으로 구현된 구가 단지 시각적 효과를 위해 행성처럼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공기, 태양열, 바람만으로 공중에서 자유로운 이동을 할 수 있다는 점(물론 전시장 안에서 이들은 강력한 로프에 의해 그 자유로이 이동할 수 없다)은 앞서 작가가 직접 시연한 〈에어로센〉처럼 지정학적, 국가적 경계와 자원의 한계로부터 자유롭고 지속가능한 미래의 거주지를 새롭게 제안한다. 또한 전시장을 떠도는 먼지의 진동이 알고리즘을 통해 사운드로 전환되고, 그 사운드가 다시 진동으로 변환되어 거미에게 전달되면(거미는 오직 진동으로밖에 느낄 수 없다) 진동을 느낀 거미의 움직임을 고감도 마이크가 다시 사운드로 전환시키는 일련의 커뮤니케이션 변이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듣고 있는 소리는 그동안 결코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었던 ‘먼지’와 ‘거미’의 움직임 소리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사라세노의 의도는 단순히 ‘우주탐험’을 넘어 한 차원 더 깊어진다. 즉, 인간이 지배하는 인간중심적인 사회에서 벗어나 인간과 비인간적 생물체가 공존하면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사회를 제시하는 것. 전 우주적인 대안적 미래를 탐구하는 사라세노의 열망은 ‘유토피아’적으로 보이지만, 그의 장치는 과학적으로 정밀하고 체계적이었으며, 동시에 시적이고 아름답게 ‘실현’되었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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