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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정기적으로 쉽시다

글 백지홍

유례없이 길었던 10일의 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잔뜩 밀린 업무가 반겼습니다. 매달 한 권의 책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달력에 빨갛게 칠해진 10일의 기간은, 휴일을 뜻할 뿐만 아니라 월간지 제작에 필요한 금쪽 같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연휴의 후유증을 느낄 틈도 없이 『미술세계』 편집팀은 평소보다도 정신없는 업무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원고 청탁을 미리 드리는 등 나름대로 연휴 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겪어본 적이 없는 10일의 휴일은 『미술세계』와 함께 하는 거의 모든 이의 생활패턴에 영향을 주었는지, 업무 대부분의 일정이 미묘하게 밀리곤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11월호는 평소보다 약 3일 정도 늦게 독자 여러분을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 연휴가 나빴다던가, 이럴 거면 쉬지 말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히려 10일의 연휴는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긍정적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명절마다 돌아오는 수많은 일들, 연휴가 끝나면 시작될 업무에 대한 걱정이 분명 제 마음 한쪽에서 불편하게 자리 잡고 있었음에도 이상한 여유였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 당당함이었죠. 물론 연휴가 끝나갈 즈음이 되니 당당함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지만,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심신의 상태가 며칠간 이어졌습니다. 학창 시절의 방학도, 군 제대 이후의 ‘백수’ 시절에도 오랜 기간 쉬어본 경험은 있지만, 이번 연휴처럼 ‘모두’가 쉬지는 않았습니다. 명절이 지난 후 약 이틀간은 항상 바쁘고 때론 사나워 보이던 서울이 차분하고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물론 제가 연휴 동안 누렸던 평온을 지키기 위해 보이는 곳,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쉬지 않고 일한 분들의 노고를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아무리 연휴가 길어도, 끝난다는 사실이 절절히 아쉽기는 했지만, 이 정도 쉬고 나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무언가에 쫓기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재충전이 되더군요. 이래서 유럽인들이 휴가에 목을 매나 봅니다. 이제 와서 보니 한 사흘 쉬는 것으로 ‘연휴’라 불렀던 것이 좀 섣부르지 않았었나 생각합니다. 사실 명절 연휴 대부분은 명절을 준비하고, 정리하는데 에너지를 ‘소모’ 하는 기간이지 ‘충전’ 하는 기간이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다시, 월간지 마감이 밀린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지금까지 좋다고 말한 연휴 때문에 지금의 저는 힘듭니다. 그러나 곧 깨달았습니다. 이는 연휴 탓이 아니라 연휴를 처음 만난 탓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만약 매년 10일의 연휴가 돌아온다면 우리는 10일을 위해 355일간 준비를 할 것입니다. 그러니 말입니다. 우리 매년 10일씩 연달아 쉬는 것은 어떨까요. 반 정도는 농담이지만, 반 정도는 진담입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짊어지는 삶의 무게를 생각하면 휴식이 사치는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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