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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ART

빌 비올라, 삶과 죽음 그 경계에서 살아가는 오늘

글 이정훈

〈빌 비올라-설치 작업들(Bill Viola - Inastallationen)〉 전시 전경 ©Felix Krebs/Deichtorhallen Hamburg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Bill Viola, b.1951)의 개인전 《빌 비올라–설치 작업들(Bill Viola-Installationen)》이 함부르크 하펜 시티(Hafen City) 근처에 있는 다이히 토어 할렌 함부르크(deichtorhallen Hamburg)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 50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것으로, 그간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과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등의 동·서양 종교를 아우르며 비디오라는 현대적인 언어를 통해 그 숭고함을 표현해온 작가의 작업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 초입에서 관객을 압도하는 10미터 길이의 대형 스크린 작업부터 낱개의 방으로 분리된 암실 속에서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인간의 생(生)과 사(死)의 서사를 담은 영상까지 약 15점의 작업이 선보여졌다.
 

작업에 드러난 새로운 시간성과 공간성
밝은 전시장 밖에서 어둠이 짙게 깔린 전시실로 들어가 모퉁이를 돌아서면 관객을 압도하는 대형 스크린 작업이 단번에 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크기의 스크린 뒤로는 다이히 토어 할렌 함부르크의 중앙 건물의 모습이 합쳐져서 시각적으로 마치 하나의 성당처럼 보인다. 이러한 모습을 두고 이번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는 전시 소개문에서 “약 10미터 길이에 달하는 기념비적인 대형 작업은 다이히 토어 할렌 함부르크의 건축물과 공간을 21세기 대성당으로 변모시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웅장한 크기로 관객을 압도하는 스크린에서는 〈트리스탄의 승천(폭포 아래 계곡의 소리)(Tristan’s Ascension)(The sound of a mountain under a waterfall)〉(2005)과 〈불의 여인(Fire Woman)〉(2005) 두 작업이 연달아 보인다. 위 두 작업은 미국의 연극 연출가 피터 셀라스(Peter Sellars)가 제작한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에서 기인한 작가의 시리즈 작업 중 일부이다. 〈트리스탄의 승천(폭포 아래 계곡의 소리)〉 작업에서는 어둠과 고요함으로 가득 찬 미지의 공간에 흰옷을 걸친 한 남성이 석관 위에 누워있다. 남자를 둘러싼 공간의 이곳저곳에서 미세하게 거품이 올라가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미세했지만, 물이 흐르는 소리와 함께 곧 하나의 물줄기가 된다. 영상 속 시간의 흐름과 비례해서 물줄기는 이곳저곳에서 솟구치고, 이내 폭포가 되어 고요를 집어삼킨 계곡의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공중으로 올라간다. 이와 동시에 정체 모를 한 남성의 몸 역시 공중으로 부양하며 어딘지 모를 시야 밖으로 사라진다. 이내 다시금 고요함이 찾아들고, 영상은 마무리 된다. 작가는 본인 작업의 상징이기도 한 ‘슬로우 모션(Slow Motion)’, ‘리버스 모션(Reverse Motion)’ 촬영기법과 인위적인 편집을 통해서 새로운 시간성을 창조해낸다. 그가 작업 속에서 만들어낸 새로운 시간의 흐름과 개념은 선형적이기도, 비선형적이기도 하다. 심지어 때로는 역순이다. 앞서 이야기한 작업에서는 삶에서 죽음으로 끝나는 인간의 보편적이고 선형적인 시간성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죽음 속에 갇혀있던 한 남성을 보란 듯이 죽음으로부터 이승의 삶으로 끄집어 올렸다. 또한 이러한 역순의 시간성이 삶과 죽음이라는 명사와 맞물리면서 종교적인 색채를 강하게 띠기도 한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영적 경험을 선사하는데, 실제로 작가 역시 작업을 통해 죽음 이후의 부활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인다고 전한다. 이어서 상영되는 〈불의 여인〉에서는 제목에서 ‘여인’이라고 언급한 것과는 다르게 성별을 구분할 수 없는 검은 형상이 사나운 불길을 뒤로한 채로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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