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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EXHIBITION

텍스트의 틈, 이미지의 구멍

글 김홍기

《오메가가 시작되고 있네》 전시 전경 ©임영주

 

임영주는 배분에 능하다. 그는 아침 일일극을 시청하고 명상에 잠기고 갖가지 작업을 진행하고 저녁 일일극을 시청하는 식으로 일과를 배분하고 실천한다. 버겁지도 않고 헐겁지도 않게 가장 알맞고 천연한 방식으로 일과를 배분하는 솜씨가 꽤나 좋다. 그의 최근 개인전에서도 배분의 능숙함은 돋보인다. 산수문화에서 열린 《오메가가 시작되고 있네》는 외관상 회화와 설치 작업을 내놓은 전시로 보이지만 동시에 그의 여러 비디오 작업이 홈페이지를 통해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상영된 이원적 전시이다. 물리적인 전시공간을 회화와 설치에 할애하고 비물리적인 인터넷 공간을 비디오 작업에 할애하는 형식으로 그는 요령껏 개인전의 출품작들을 배분한다. 제한된 전시공간 안에 회화와 비디오를 전부 욱여넣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시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쉽사리 내치지도 않는다. 주어진 조건하에서 배분의 묘를 발휘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배분의 이유가 단지 전시공간의 물리적 한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임영주는 자신의 회화가 전시공간에서 관람되길 원하고 자신의 비디오가 관객 각자의 공간에서 관람되길 원한다. 각각의 작품마다 그것이 선보일 수 있는 가장 알맞은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임영주는 개인의 일과든 전시의 형태든 주어진 물리적 조건하에서 가장 적절하고 자연스러운 배분의 방식을 추구한다.
작가의 이런 기질은 그가 작업하는 방식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그의 생각은 때로는 회화로, 때로는 출판물로, 때로는 비디오로 자연스럽게 배분된다. 이는 생각의 원류가 임의로 조성한 물길을 따라 구획되는 것이 아니라 유속과 지형의 차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물줄기가 갈라지는 것에 가깝다. 어떤 물줄기는 텍스트의 속성을 띠면서 출판물로 흘러가고(『괴석력』), 또 다른 물줄기는 특유의 물성을 갖춘 회화나 설치 작업으로 귀결되고(산수문화에 전시된 작업들), 어떤 물줄기는 시청각적 이미지의 편집을 거쳐 비디오 작업으로 모여든다(웹 상영회의 상영작 목록). 이렇게 자생적으로 갈라진 사유의 물줄기들 사이에 위계는 들어서지 않는다. 이것들은 하나의 원류에서 내뻗은 것이기에 각자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반영한다. 예컨대 임영주가 한동안 파고든 동해시의 추암 촛대바위는 개인전에 전시된 여러 회화의 소재로 쓰이고, 그의 출판물 『괴석력』 제1장의 소재이기도 하며, 〈애동〉(2015)이나 〈극광반사〉(2017)와 같은 비디오 작업에서도 거듭 등장한다. 하나의 괴이한 바위가 사유의 물줄기를 따라 다양한 매체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로부터 촛대바위라는 텍스트, 촛대바위라는 회화, 촛대바위라는 비디오가 배분되어 각자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간혹 서로 맞물리기도 하는 것이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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