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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두성 : 테크노-유토피아를 향하여

글 김정아

유두성, 〈비쉬타우로보그 2.6(Vishtauroborg Version 2.6)〉, 로보틱 장치, 소 혀 ©2012 Cameron Sharp

유두성 작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뉴미디어 예술가다. 한국에서 시각디자인과 멀티미디어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뒤, 미국에서 아트 앤 테크놀로지(Art & Technology) 분야를 심화 전공한 작가는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뉴미디어를 이용한 조각, 설치, 로보틱스, 비주얼 퍼포먼스 장르에 집중한다. 그는 자연적인 유기체들과 기계 장치를 결합하는 작업을 통해 인간과 인간 외 생물체의 이종(interspecies)간 소통에서 미학적 가능성을 발견하고 인간의 역할을 재평가하는 하이브리드 예술을 탐구해오고 있다. 유두성 작가의 예술실험은 ‘인간-동물-기계 혼성체(human-animalmachine hybrids)’라는 범주 안에서 다양한 예술적 방식으로 실증되는데, 생물학적인 유기체와 테크놀로지 장치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진 이 혼성체들은 인간을 둘러싼 자연환경과 과학기술 환경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실험하는 역할을 한다. 본지는 동시대 뉴미디어아트 흐름에서의 인간 신체, 이종, 그리고 테크놀로지와의 관계에 대한 주요 담론들에 주목하고,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분야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유두성 작가의 급진적인 예술세계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동물을 소재로 한 미술은 이미 고대 사회부터 시작된 역사이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경제와 문화가 꽃을 피운 빅토리아 시대에는 동물 박제를 소재로 한 미술이 인기를 끌었으며, 20세기 초중반의 아방가르드 계열, 네오 다다, 플럭서스 예술가들도 동물의 죽음을 퍼포먼스에 이용한 바 있다. 요셉 보이스(Joseph Beuys)의 죽은 토끼, 백남준의 황소 머리, 아나 멘디에타(Ana Mendieta)의 목이 잘린 닭 등 동물은 자극적인 미술의 소재가 되었고, 이러한 비(非)미술적 재료들과 반(反)미술적인 행위들에 따른 윤리적, 도덕적, 미학적 논란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비평되어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여전히 급속하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미술에 접목되면서 미술에서의 기술적 표현 방식들도 점차 확장되었다. 미술 작업에서 소재(object)로 여겨지는 동물은 주제(subject)가 됨으로써, 동물을 비롯한 생물체에 대한 미술의 관점들이 2000년대 들어 새로운 양상으로 변모한 것이다. 동·식물 및 기타 생물은 미술작품 안에서 지배적 객체에서 벗어나 작가와 협업하는 ‘협동자’로서 수평적이고 주체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시각은 자본주의와 맞물려 다른 생명체를 지배하려고 하는 인간중심적 사고방식과 그에 따른 생태계의 오염, 환경의 변화에 대해 비로소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문제 제기는 과연 자연계 안에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지, 과학과 테크놀로지로 확장된 인간의 영역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우리는 뉴미디어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새롭게 인식하고 사용해야 하는지, 인간 외 동물들(non-human animal)과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계들과의 새로운 관계성은 무엇인지 등 기존의 근대적 인간성(humanism)에 관한 새로운 비평적 담론의 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1. 『사이보그 선언문(A Cyborg Manifesto)』으로 유명한 사이보그/테크노 인류학의 선구자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나: 사이버네틱스와 문학, 정보 과학에서의 시각적 신체들(How We Became Posthuman: Visual Bodies in Cybernetics, Literature, and Informatics)』의 저자 캐서린 헤일즈(Katherine Hayles), 포스트휴머니즘 철학자 캐리 울프(Cary Wolfe), 테크놀로지와 페미니즘 철학자 로지 브래도티(Rosi Bradotti),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에서의 동물 연구로 저명한 미술사학자 스티브 베이커(Steve Baker), 『현대미술가들을 위한 윤리강령(Some Note Towards a Manifesto for Artists Working with or about the Living World)』의 저자이자 생태미술가 마크 디온(Mark Dion), 로봇과 기계와의 퍼포먼스 등 신체 확장에 관한 도발적인 작품을 보여주는 로보틱아트 미술가 스텔락(Stelarc), 로보틱 인터랙티브 미술가 켄 리날도(Ken Rinaldo), 유전공학 작품을 선보이는 바이오 테크놀로지 미술가 에두아르도 칵(Eduardo Kac), 호주의 바이오 테크놀로지 그룹인 ‘SymbioticA Research Group’, 생체조직 공학(tissue engineering)을 이용한 미술가 오론 캣츠(Oran Catts) 등은 이러한 움직임의 선두에 있는 대표적인 인문사회과학자들과 뉴미디어 예술가들이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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