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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image

글 전병구

〈Untitled〉, 캔버스에 유채, 40.9×53c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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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으로 마주치는 다양한 대상이나 풍경, 장면 등을 회화로 옮긴다. 명확한 기준보다는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끌리는 이미지를 선택한다. 다 그려지고 나서야 흐릿한 정서적인 일관성을 가지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재현의 제스쳐를 취하지만, 대상의 리얼리티를 추구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림을 덜 그리는 것에, 그림을 멈추는 지점에 관심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물감이 첩첩이 쌓여 캔버스 표면을 덮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게 됐다. 최대한 얇게, 생각이 붓질을 머뭇거리지 못하도록 빠르게 그린다. 그럼으로써 묘사의 관습을 벗어나 물감의 농도, 속도감, 붓 자국 등을 드러내며 표현의 범위를 넓혀왔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하루도 평온치 못하던 날들의 기록. 대상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그것을 선택하는 순간에 관통하는 나의 정서를 캔버스에 덧입히는 것, 동시에 일상과 비 일상, 실재와 허구, 픽셀과 물감의 경계를 넘나들며 회화 본연의 형식을 자유롭게 탐구하고자 한다.

 

진달래
진달래는 내게 엄마의 꽃, 봄의 꽃, 내 유년의 꽃. 내가 그리고자 하는 것. 소재의 제한은 역설적이게도 내게 그리기의 자유를 준다.

 

굴뚝
작년, 연고 없는 경기도의 한 외곽에서 처음으로 혼자 지내며 작업을 했다. 단조로운 생활과 외진 주변 환경 덕에 시각적인 자극을 받을 일이 별로 없었고, 작업은 자주 멈췄다. 그리고자 하는 것이 없을 땐 괜히 작업실 주변을 맴돌았다. 작업실 뒤 외진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야산이 하나 있었고, 그곳 산 중턱에 정체모를 하얀 연기를 뿜고 있는 한 굴뚝을 봤다.

 

까마귀
물이 고인 웅덩이 위에서 까마귀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것일까? 난 그런 까마귀에게 나 자신을 보려고 했던 것일까? 웅덩이에 비친 검은 형체에서 나는 자꾸 무엇을 찾으려고 했다.

 

Message
누나에게 무엇을 쓰는 것이냐고 물었다. 먼 곳에 남겨두고 온 친구들에게 쓰고 있다고 했다. 누나의 담담한 표정 뒤로 아려있는 서늘한 그늘에서 나는 죄책감을 느꼈다. 전시회에서 이 그림을 본 누나는 사진을 찍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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