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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EXHIBITION

흐릿한 역사적 형상, 《신여성 도착하다》

글 이진실

《신여성 도착하다》/ 2017.12.21~2018.4.1/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신여성 도착하다》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신여성’이란 주제로 기획된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신여성 도착하다》는 2016년부터 부상한 국내 페미니즘 이슈에 부합해, 그리고 전 세계적인 흐름에 동반해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여성주의적 단초들을 재발굴한다는 기획의 선상에 놓여있는 듯하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에 걸쳐 해외 유수의 미술관들은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게릴라걸스(Guerilla Girls)와 같은 60~70년대 페미니즘 미술의 주역들을 불러들이는 한편, 젠더특정적인 여러 전시들을 통해 다양한 작품들을 발굴함으로써 페미니즘 정전의 계보를 확장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신여성 도착하다》는 나혜석이라는 신화적 아이콘을 필두로 우리 나름의 페미니즘 미술의 근대적 기원을 신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소환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들여다보면, 이 전시가 서구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우리’의 여성미술사를 재구성하거나, 당대 여성미술가들의 작업 발굴에 천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전시는 여러 작품 및 자료들을 통해 신여성이라는 집단 주체를 근대성의 이면으로서 조망하는 문화사적 접근을 시도하는데, 이를 통해 우리 나름의 “20세기 여성 중심의 문화사를 역동적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1년여에 걸친 리서치와 준비 작업을 통해 마련되었다는 이번 전시는 무엇보다도 영화, 광고, 잡지와 같은 대중매체 및 회화에서 당대 신여성의 이미지가 어떻게 재현되고 소비되었는가를 보여준다. 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에 사용된 ‘신여성’이란 말은 구습과 전통에서 벗어나 ‘근대성’을 적극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새로운 시대의 여성들을 지칭했다. 대중매체나 순수미술에서 재현된 신여성의 이미지에는 당대 남성과 여성이 공히 품고 있던 새로움에 대한 매혹, 선망과 동시에 식민지 근대화에 착종되어 있는 여러 갈등과 모순이 투영되어 있다. 말하자면, 이러한 여성상에는 근대적 신가정을 꾸려나갈 계몽된 ‘현모양처’라는 입상부터 1920년대 이후 허영
과 사치의 낙인으로서 ‘모던걸’까지 망라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신여성’이라는 기표에는 비로소 인간 주체로서 스스로를 인식하는 여성들의 자의식과 욕망이 깃들어 있는 반면, 주체라는 위치를 획득하기 위해 남성사회와 가부장제로부터 얻어내야 하는 승인, 거기에서 부딪히는 한계, 저항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그 모순적인 이미지들에서 가장 표면적이고도 익숙하게 읽히는 코드가 해묵은 근대기 남성들의 호기심, 조롱, 혐오, 타자화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교착들이 투영된 근대기 여성의 모습을 국공립미술관이 발굴하면서 한국미술사·문화사적 근대성의 의미를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보자는 시도는 무척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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