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TOP

WORLDART

질서와 신비의 사이에서

글 김영인

《매직 리얼리즘: 1920~30년대 이탈리아 회화의 마법
(Realismo Magico: L’incanto nella pittura italiana degli anni Venti e Trenta)》
2017.12.3~2018.4.2/ 로베레토 근현대 미술관(MART Rovereto)

펠리체 카소라티(Felice Casorati), 〈학생들(Gli scolari)〉, 목판에 유채, 169×151cm, 1923, 엠페도클레 레스티보 근대 미술관 소장몇몇 이름난 작가들에 한정된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근현대 미술 전시들이 지루한 이들에게, 지난 12월에 시작한 로베레토 근현대 미술관의 겨울 기획 전시 소식은 분명히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4월까지 공개되는 새로운 전시의 주제는 1900년대와 1910년대의 광기에 가려 그동안 조명 받지 못한 1920~30년대 사이의 이탈리아 회화와 그 속에서 발견되는 매직 리얼리즘이다. 이탈리아와 일부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과 조르지오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 1888~1978), 카를로 카라(Carlo Carrà, 1881~1966)와 같은 거장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은 신선하면서도 많은 이들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 모른다. 전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제시된 ‘매직 리얼리즘(Realismo Magico)’이라는 용어도 그 개념이 익숙하지 않다면 장벽처럼 다가올 수 있다. 그럼에도 마음의 문을 열고 전시장의 시작에서 제공되는 몇 가지 개념적 설명과 시대사적 배경에 잠시 시간을 할애한다면, 양차 대전 사이에서 고요한 불안감이 도사리던 이 시기의 이탈리아 회화들이 숨겨온 ‘마법’이 빛을 발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실험적이었고 급진적이었던 1910년대의 유럽 예술계는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현실을 맞아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 아방가르드 운동의 열기는 전쟁을 통해 수많은 그룹들이 와해되며 사그라들게 되고, 혁신에 열광하던 예술가들은 전후의 피폐함과 다가오는 또 다른 전쟁 직전의 불안감 속에 안정과 질서에 눈을 돌렸다. 이렇게 등장하게 된 것이 유럽 전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질서로의 복귀’ 현상이다. ‘질서’를 찾는 방식은 각 국가와 작가 개인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났으나, 그 핵심에는 이론 중심의 아방가르드 운동을 향한 반발과 현실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고 있었다.
1925년 독일의 미술평론가 프란츠 로(Franz Roh)는 이 시기 유럽 예술의 동향을 설명하는 책 『표현주의 그 이후(Nach Expressionismus: Magischer Realismus: Probleme derneuesten europäischen Malerei)』를 출판하였다. 이 책에서 ‘매직리얼리즘’, 혹은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의미의 ‘Magischer Realismus’ 용어가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현실을 객관성과 더불어 신비적 요소가 공존하는 것으로 보는 이 새로운 리얼리즘을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미술계에서 표현주의에 반발하며 등장한 신즉물주의(Neue Sachlichkeit)의 특성으로 꼽았다.
한편 비슷한 종류의 리얼리즘은 같은 시기의 이탈리아 미술에서도 발견된다. 프란츠 로가 아직 이름을 붙이기도 전인 1910년대부터 사실주의적 표현과 비현실적인 요소를 동시에 담아낸 구상 회화들이 질서로의 복귀 현상과 함께 차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독일에서 표현주의가 얻고 있던 반발을, 이탈리아에서는 1910년대를 휩쓸고 간 미래주의가 고스란히 받고 있는 처지였다. 미래주의 선언의 한 구절인 “박물관과 도서관을 파괴하자”로 대변되는 이들의 반 전통적 경향에 맞서 여러 예술가들이 전통적 예술로부터 새로운 질서를 찾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주요한 영감이 된 것은 이탈리아 예술의 전성기였던 14~15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이다. 14세기 회화에서 빌려온 단순함과 신비로움, 원근법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15세기의 기하학적이고 사실적인 경향은 20세기 이탈리아의 젊은 예술가들이 화폭에 그려낸 근대적 일상 속에서 재현되었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 됩니다.

THIS DIRECTORY

THIS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