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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EXHIBITION

시차時差로서의 형제, 혹은 듀오라는 시차視差

글 곽영빈

《파킹찬스 PARKing CHANce 2010-2018》 | 3.9~7.8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지하듯 이 전시는 2010년부터 2018년 사이에 파킹찬스, 즉 박찬욱과 박찬경 형제/듀오가 만든 작업들을, 주로 영상과 사진을 중심으로 망라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신작인 〈반신반의〉(2018)부터 거꾸로 내려가자면, 몰입형 사운드-이미지 작품인 〈격세지감〉(2017), 서울을 최소공배수로 삼아 전 세계의 시민들로부터 받은 11,852편의 영상을 154개로 추려 편집과 후반작업으로 다듬은 〈고진감래〉(2013), 이정현의 뮤직비디오인 〈V〉(2013), 판소리 스승과 제자의 하루를 다룬 〈청출어람〉(2012), 그리고 아이폰4로 촬영해 201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한 〈파란만장〉(2011) 총 6편이 영상작업이고, 여기에 박찬욱 감독의 사진 작업인 〈미술관 연작〉을 포함한 풍경 및 정물 사진 70여점, 그리고 국내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세계의 묘지〉(2009), 디지털 이미지와 사진 라이트 박스로 변환한 〈소년병〉(2017-2018) 등이 박찬경이 만든 사진 계열 작업으로 포함되었다. (눈치 챈 이들도 있겠지만, 영화주간지인 『씨네21』의 스마트 폰 앱 홍보영상으로 파킹찬스가 만든 뮤직비디오인 〈오달슬로우〉(2011)는,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오달수의 성추행 논란으로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파킹찬스가 영어로는 ‘PARKing CHANce’이며, 여기서 대문자로 표기된 PARK과 CHAN은 영화감독인 박찬욱과, 미술작가이자 비평가인 박찬경 형제가 공유하는 성과 이름(의 절반)이라 는 점을 이미 아는 사람들에게, 파킹찬스는 그리 많은 것을 의미
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박찬욱과 역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박찬경을 가리고 있는, 일종의 ‘예명’에 불과한 것, 즉 말장난이기 때문이다. 그 때 파킹찬스란, ‘나는 당신이 지금 입고 있는 옷 속에서 당신이 발가벗었다는 걸 알고 있어!’라는 말처럼 동어반복에 불과한 것이 된다.

지난 3월 9일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오픈해 7월 8일까지 계속될 《파킹찬스 PARKing CHANce 2010-2018》 전시에 대한 리뷰인 이 글은, 이와는 약간 다른 시각을 취한다. 파킹찬스가 박찬욱과 박찬경 형제로 이뤄진 듀오라는 사실을 부인하려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사실에 대한 인식이 파킹찬스의 작업에 대해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무엇인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이 글은 파킹찬스의 작업을 그 중핵에서 파악하는 데에 있어 박찬경의 작업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는 전제 위에 선다. 이는 박찬욱의 기여나 지분(?)이 무의미하다는 말이라기보다, 그간 박찬욱에게 상대적으로 누적되어 온 국내외의 비평적 스포트라이트가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것이 파킹찬스 작업의 논의를 더 적확하고 생산적으로 만든다는 쪽에 가깝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박찬경이 (그리고 궁극적으로 박찬욱이) 지난 20여 년간 수행해온 작업에 대한 비평적 논의의 맹점들이, 파킹찬스 작업을 통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양가적인 의미에서 ‘파킹찬스’는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논의되어 온 박찬욱과 박찬경의 단순한 합이 아니며, 후자의 작업 각각에 대한 세부적인 이해는 파킹찬스를 통해 보다 명확하게 도드라질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엄격한 의미에서 ‘파킹찬스’는 단순히 ‘박찬욱과 박찬경 형제’ 혹은 이들이 이루는 ‘듀오’와 구분된다. 나는 이 간극이 다음과 같은 명제, 즉 ‘시차時差로서의 형제, 혹은 듀오라는 시차視差’로 어느 정도 응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고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약간의 우회가 필요한데, 그동안 우리는 한쪽 눈만으로 그 시차를 유예시키게 될 것이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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