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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석, 인간과 인간다움에 대한 사유

글 김정아

정윤석 작가는 지난 10년간 시각예술가로서 그리고 영화감독으로서 한국사회의 ‘공공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론화해왔다. 그는 1990년대 희대의 살인집단이었던 지존파 사건, 2000년대 한국사회의 레드 콤플렉스를 꼬집는 밴드 밤섬해적단 등 IMF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세대를 관찰함으로써 실천적 시각언어를 줄곧 제시해오고 있다. 현재 정윤석 작가는 일민미술관의 기획전 《IMA Picks》(2.23~4.29)에 선정되어 개인전 《눈썹》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마네킹 공장, 섹스돌 공장이라는 구체적 ‘장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담은 이번 영상 작품은 이전 작업들과 견주어 봤을 때 선형적인 궤도에서 벗어난 듯 느껴진다. 새로 주목한 ‘사람이 사람을 만들어내는 풍경’에서 그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전달하려 했을까. 정윤석 작가의 10여 년간의 작업 활동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90년대, 연쇄살인범, 이명박근혜 시대, 괴짜밴드 등의 소재들로 어찌보면 기록적 투쟁에 가까운 예술실천을 이어오셨습니다. 장편영화 〈논픽션 다이어리〉(2014),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2017)에서 드러낸 문제의식이 이번 《눈썹》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궁금합니다.

2000대는 90년대 체제의 산물이고, 때문에 지금 이 시기에 90년대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동시대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무슨 질문을 할 것이냐, 그건 90년대 그 자체인 거죠. 질문 자체가 중요했기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 첫 영화 〈논픽션다이어리〉였다면, 두 번째 영화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질문의 ‘선택지’가 중요했어요. 질문으로서 끝이 아니라, 그 질문들이 관객들의 삶에 어떻게 퍼져 나갈 수 있는지 선택지를 만들고 스스로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제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한국 사회에서 소속이 불분명한, 진보/보수라는 뚜렷한 프레임 안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이고 하나같이 정체성이 모호해요. 지난 10년간 자기 정체성을 고민했던 사람들을 추적해 온 셈인데,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면, 결국 제 자신, 즉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더라고요. 저는 정체성을 확립하는 가장 필수요소가 인간의 양가성과 삶의 필연적인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이번 신작이고요.
 

이번 전시 《눈썹》은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88》 이후 근 10년 만에 갖는 개인전입니다. 그간 여러 전시에서 부분적으로 선보였던 신작 〈눈썹〉의 전체가 공개되는 자리이기도 한데요, 어떻게 전시를 준비해 오셨나요?

장편 영화를 만드는 동안 미술관 기획전 참여는 꾸준히 해왔고, 〈논픽션 다이어리〉와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역시 미술관에서 다른 버전으로 공개했습니다. 사실 이번 개인전의 경우는 10년 동안 작업해 온 두 편의 전작들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은 의도가 있었는데, 미술관측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신작을 선보이는게 좋겠다고 결정을 했어요. 아무래도 2012년 광주비엔날레 이후 미술계에서 활동이 줄었던 건 사실이었기 때문에 이번 개인전에 서 신작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었죠. 앞서 개봉을 했던 두 편의 장편 영화가 결국 국가와 한국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차기작 역시 국가를 주제로 한 작품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2016년 『보그 코리아』 창간 20주년 특별전 《mode&moments》에 참여하게 됐어요. 조건 제한이 없었고, 제작비도 나와서 전 ‘마네킹’을 찍겠다고 했죠. 사실 오브제로서 마네킹에 관심 있는 게 아니라, 마네킹 만드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었습니다. 결국 인간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인간들의 노동을 담고 싶었어요. 〈눈썹〉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결국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인 거죠.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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