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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원 멀티버스(multiverse)의 세계, ‘또 다른’ 코스모스를 향하여

글 안진국

 

창작의 최전선에 선 거장
존재한다는 것은 언제나 최전선 위에 서는 것이다. 기획은 늘 진행형이다. 한국 추상회화의 거장인 서승원의 2018년 신작이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2층 전시장 가득 ‘존재하는’ 광경에서 나는 여전히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창작의 최전선에 서 있는 작가를 떠올렸다. 그는 지금도 자신의 세계를 기획하며, 예전의 코스모스를 간직한 채 또 다른 코스모스를 향해 가고 있는 듯 보였다.

서승원은 고집스럽게 ‘동시성(同時性, Simultaneity)’이란 제목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1965년 처음 사용했으니 반세기가 넘도록 변함없다. 그렇다고 그의 작업이 고루하게 변화 없이 현재에 이른 것은 아니다.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넓고 깊게 변화해왔다. 그의 작업 시기는 크게 전기와 후기로, 좀 더 세부적으로 전기, 과도기, 후기로 나눌 수 있다. 전자로 분류하면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기하학적 추상 시기’(전기)와 2000년대 이후 ‘해체적 추상 시기’(후기)로 나눌 수 있고, 후자로 분류하면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를 ‘기하학적 추상 시기’(전기), 80년대 말부터 90년대를 ‘과도기적 해체 시기’(과도기), 2000년대 이후를 ‘해체적 추상시기’(후기)로 나눌 수 있다. 이번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의 개인전 《도전과 침전의 반세기》에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전기와 후기를 연결해줄 수 있는 과도기 작품이 전시되지 않은 점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전기 ‘기하학적 추상 시기’를 두 시기로 세분한 점이 눈에 띈다. 그 구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60년대 작품들을 1층 전시장에, 70~80년대 작품들을 지하 1층 전시장에 배치한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60년대 작업시기를 ‘강렬한 색채의 기하학적 추상 시기’로, 70~80년대를 무채색이나 파스텔 색조로 일궈낸 ‘중간색의 기하학적 추상 시기’로 분리하여 이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좀 더 세밀한 분류는 2층 전시장의 해체 추상 시기 작품들도 따듯한 색(난색)의 중간색채 작업과 2018년 가장 최근에 제작한 하늘색(한색)의 중간색채 작업으로 분류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서승원은 작품을 “온화한 빛의 색조로 저녁노을처럼 나타내고자”2 2000년대 이후 줄곧 난색 계열의 밝은 중간색채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2018년 최신작에서는 한색 계열의 중간색채로의 완전한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듯 보인다. (2층 전시장의 9작품 중 7작품이 2018년 신작인데, 그 중 5작품이 한색 계열 중간색이다. 〈동시성〉이라는 제목 뒤에는 숫자가 붙는데, 그 숫자는 ‘년도-제작 순서’로 보이며, 난색 작업은 ‘18-121’, ‘18-120’으로, 한색 작업은 ‘18-127’, ‘18-131’, ‘18-212’, ‘18-213’, ‘18-217’로 명명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127번 이후의 가장 최근 작품들의 주조색이 난색에서 한색의 중간색채로 전환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진행형인 한색으로의 주조색 전환을 시기 구분으로 접근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것이다. 그래서 아직은 가능성일 뿐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전환이 새로운 시도인 것은 분명하며, 그렇기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가에 대해 ‘지금 창작의 최전선에서 서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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