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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장면들

글 송승은

송승은, 〈복잡하고 조용한 대화〉, 캔버스에 유채, 162.2×130cm, 2018

무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은 숨겨진 뒷이야기를 파헤치는 일처럼 항상 불안감과 즐거움을 동반한다. 쉽게 이해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질문들. 여기에는 모든 대상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나는 이를 바탕으로 무심코 지나친 일이나 기억에 몰입하고 상상을 더해 그림을 그려나간다. 최근 작업은 ‘일렁이는 강렬한 무섭고 귀여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묶인다. 구체적인 서사도 주인공도 없이 인상만이 일렁이고 있는 개별적인 장면들이다. 나는 등장인물을 특정하거나 그들의 관계를 가정하지 않았다. 인물에 대한 설정 대신 그들의 눈앞에 벌어진 일에 대해 상상했다.
 

1. 작은 집단을 떠올렸다. 한자리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멍하니 한곳을 바라본다.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 것 같다. 집 안에서 일어난 일을 상상한다. 창밖의 일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연루된 사건일까, 아니면 그저 바보 같은 TV 화면을 보고 있는 걸까?
2. 두 명의 인물이 탁자 앞에 나란히 앉아있다. 붉은 방의 작은 탁자. 탁자 위에는 무엇이 놓여 있을까?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지며 이야기는 그에 따라 변한다. 이처럼 이야기의 결말이나 완성의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는 나에게 일종의 해방이다. 그때부터 나는 비로소 완결성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된다. 흐릿하고 작게 떠오른 생각을 시작으로 물감이 미끄러지고 쌓이는 과정에서 나는 예상치 못한 얼굴과 화면을 얻게 된다. 그림 속 인물이 반쯤 밀리거나 하나의 덩어리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불쑥, 온전한 눈동자가 나타나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이러한 혼란과 질서의 반복을 통해 표현된 화면은 복잡하지만 조용한 대화, 무섭지만 귀여운 얼굴 등의 이중적인 인상을 담고 있다. 이는 문득 만화의 한 장면처럼 우스꽝스럽고 동시에 미묘한 불안감을 유도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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