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TOP

REPORT

대만에서 한글을 보다

글 장서윤

안상수, 〈홀려라〉, 캔버스에 아크릴, 194×259cm, 2017 이미지 제공: Xue Xue Foundation

지난 3월 15일, 대만 타이베이에 위치한 슈에슈에(Xue Xue) 재단의 백색공간(White Gallery)에서 안상수 작가의 개인전 《안상수의 삶-글짜》(3.15 ~ 6.20)가 개최되었다. 이번 전시는 2017년 3월에 개최된 서울시립미술관(이하 SeMA) ‘SeMA Green’에서 선보인 안상수 작가의 《날개, 파티》전의 해외 순회전으로, 슈에슈에재단의 초청으로 성사되어 개막 전부터 많은 미술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안상수의 삶-글짜》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이 전시가 열리게 된 ‘계기’이다. 대만의 국공립기관도 아닌, 타이완글라스(Taiwan Glass)라는 세계 굴지의 기업이 지원하는 슈에슈에재단과 SeMA의 협력은 더욱 의문을 자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슈에슈에재단은 2005년 대만의 문화예술진흥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문화예술재단으로, 대만 원주민을 포함한 소외 계층의 어린이들에게 문화예술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디자인 기관과의 협업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예술에 대한 대만 사람들의 인식을 향상시키고, 포르투갈의 유명 건축가 알바루 시자(Álvaro Siza), 일본 브랜드 무지(Muji)의 상품을 디자인하기도 했던 후카사와 나오토(Fukasawa Naoto) 같은 예술가들의 전시를 소개함으로써 대만 문화예술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7년에는 대만 정부에서 처음으로 인가한 문화예술전문 고등학교 ‘슈에슈에 인스티튜트(Xue Xue Institute)’를 출범하여 보다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문화예술디자인 교육에 힘써온 점은 본 전시의 배경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디자인과 예술 분야에서 굵직한 행보를 보인 안상수라는 작가와 그의 디자인 철학을 반영한 교육기관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 이하 파티)는, 예술가들의 전시를 소개해온 슈에슈에 백색공간 그리고 문화예술전문교육기관인 슈에슈에 인스티튜트와 자연스레 연결되기 때문이다. 국가만 다를 뿐, 디자인과 예술, 그리고 교육에 임하는 안상수 작가와 슈에슈에재단의 태도는 닮아있다.
 

지난 《날개, 파티》 전시장을 방문했던 슈에슈에재단의 리린 슈(Lilin Hsu) 부회장은 아마도 이러한 안상수와 슈에슈에의 공통분모를 발견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1985년의 ‘안상수체’ 디자인 작업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을 보여주는 동시에 파티의 교육과 그 결과물들도 함께 살펴볼 수 있었던 전시에서 리린 슈 부회장은 슈에슈에의 활동과도 여러 가지 면에서 공감을 했다고 한다. 이에 슈에슈에재단은 SeMA와 양해 각서(MOU)를 체결하고 약 10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안상수의 삶-글짜》 순회전을 개최하게 되었다. 전시는 매개일 뿐, 그 기저에는 문화예술과 교육에 대한 철학이 흐르고 있었다. 《안상수의 삶-글짜》 전시가 열리고 있는 슈에슈에 백색공간은 미로와 같은 구조를 취하고 있는 독특한 전시장이다. 따라서 SeMA에서 시도했던 넓고 개방된 공간에서의 작품 설치는 이곳 전시장 구조에 맞도록 다시 구성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에 전시를 기획한 권진 큐레이터는 지난 《날개, 파티》에서 안상수 작가와 파티를 조명했던 것과 달리, 안상수 작가와 그의 작품들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시를 꾸렸다고 밝혔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 됩니다.

 

THIS DIRECTORY

THIS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