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TOP

COVER ARTIST

김영덕 외상을 거느린 기억의 형상화

글 박영택

 

4월 11일부터 4월 23일까지 갤러리 미술세계에서 김영덕 작가의 개인전이 개최된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이데올로기의 대립, 동족상잔의 전쟁, 군부 독재 등 유난히도 굴곡이 많았던 한국 현대사를 살아온 작가는 자신의 피부로 느꼈던 비극과, 그럼에도 이어지는 전통,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품어온 우리네 산하를 화폭에 담아왔다. 그의 작품세계를 살펴보자.

 



김영덕, 〈전장의 아이들〉, 캔버스에 유채, 90.9×72.7cm, 1955, 국립현대미술관 소장근대 이후 모더니즘은 이미지의 도구성, 문학성, 이데올로기성에서 최대한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나 미술에서 내용과 주제가, 서사와 담론이 결코 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한 인간의 내적 감수성과 그가 살아낸 삶의 이력 그리고 그가 바라보고 이해하는 현실이 결코 뭉개질 수는 없는 터이다. 넓은 의미의 예술은 하나의 의식전달의 수단이자 소통체계이고,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드러내는 언어이기도 하다.
의식전달의 수단으로서의 예술은 불가피하게 이데올로기의 요소에 침윤될 수도 있고 이데올로기의 적극적인 전달수단이 될 수도 있다. 당대의 지배적인 가치관에 저항하는 예술가들은 그 지배적인 이념을 전복하기 위한 특별한 수단으로써 미술을 사용한다. 마르크스는 사회혁명이란 ‘인간혁명’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인간혁명’이란 개개인의 인간으로 하여금 특정한 방식의 사고나 행동이나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조건을 변혁하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습속·사고방식·감각 자체를 변혁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감각을 바꾸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혁명’이고, 그러니 예술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새로운 감각, 감수성으로 지배적인 감각과 감수성을 전복시키는 일이 미술에서의 정치적 행위가 될 수 있다.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이러한 작업의 중요한 선구적인 사례가 있으니, 바로 김영덕의 그림이다.
김영덕은 1931년생이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서 15세에 해방을 맞고, 해방 이후의 격렬한 정치사의 매 순간을 고비처럼 넘겨온 생의 이력을 지녀온 이다. 그는 스스로 말하기를 자신이 “조금은 조숙했다”고 한다. 그는 1949년에 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빨갱이’로 몰려서 경찰에 연행돼 심한 고문과 고초를 겪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심각한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첨예한 시대적 모순으로 인해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깊은 환멸을 지니게 되었고 이는 고국을 떠나고 싶다는 욕망으로 전이되었다. 그러나 부산으로 내려가 몇 번의 밀항을 감행하다가 실패하였고, 그 사이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그는 운명적으로 신문사에 입사해 기자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당시 외국과의 창이 유일하게 열려있던 신문사에서 매일 배송되는 외국신문과 주문 구독이 가능했던 미술 잡지와 전문 서적들을 통해 왕성하게 내적 충전을 할 수 있었다. 특히 1950년대 초기 프랑스의 ‘L’homme Témoin(옴므 떼모앙)’ 즉, ‘증언하는 자’, 의역해서 ‘시대의 증인’ 그룹의 선언문에 공감을 했으며, 디에로 리베라,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와 같은 20세기 초기 멕시코 혁명기의 대표 작가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 회고한다. 이 멕시코 작가들은 유럽의 문화적 지배를 거부하고 멕시코적 특성을 살려 멕시코적 주제를 의식적으로 탐구한 이들이다. 전통을 재건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 중 하나가 ‘벽화운동’이었다. 이 ‘벽화운동’을 주도한 이들은 부르주아 성향에서 탈피하여 대중이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인 예술을 지향하고자 했다. 그에 따라 구상화풍에 공공미술의 성격이 강한 벽화를 지향했고 그들의 전통미술에 속하는 아즈텍 문화(Aztecan culture)를 차용하고 멕시코의 근현대의 정치적 갈등과 수탈 구조로 점철된 역사적 내용을 담아냈다. 1950년대 중반의 상황에서 김영덕은 이른바 우리의 전통과 향토색 나는 그림, 동시에 굴곡 심한 한국의 정치적 현실을 반영하는 그림의 실마리를 멕시코 벽화 운동에서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THIS DIRECTORY

THIS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