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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공간 (접기) 연습

글 우아름

《포인트 카운터 포인트》 전시 전경, 사진: 김연제, 이미지 제공: 아트선재센터텍스트가 넘치는 전시들 사이에서, 말을 몰아내고 감각을 일으키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아트선재센터의 《포인트 카운터 포인트》전은 김동희, 김민애, 오종, 이수성, 최고은 작가를 초청하여, 전시장의 공간 형태와 맥락을 조형의 재료이자 출발점으로 삼아 작업을 전개하도록 한 전시다. 초청된 작가들은 그간 의미적으로나 조형적으로 축소지향의 과정을 거친 후 미니멀한 작업을 선보여온 작가들이다. 따라서 각각의 작품을 배치하는 문제가 전시 조직과 감상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었다. 대위법(counterpoint)이라는 작곡 개념이 전시의 제목이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대위법은 3층 전시장에서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최고은의 〈화이트 홈 월〉은 잘려진 에어컨의 입면을 커튼처럼 천장에 일직선으로 매달아 시야의 일부를 차단하고, 반대편 벽면 호를 따라 거울을 기대어 놓은 김동희의 〈볼륨 2〉는 관객이 작품까지 이동하며 지나쳐 온 전시장 공간을 관객에게 되돌려 주면서 시야를 확장해 준다. 차단하는 직선과 확장하는 곡선이 마련한 공간에 이수성과 김민애의 작품이 자리한다. 천장까지 가닿는 이수성의 〈무제(Quarter Pipe)〉는 가장 크고 높고 적으며, 그 앞에 흩뿌려진 김민애의 〈검은, 분홍 공〉은 가장 작고 낮고 많다. 크고 작음과 많고 적음, 높고 낮음, 차단과 확장이라는 서로 짝을 이루는 개념이 조응하고 있다.
 

반면 2층에서는 각각의 조각이 공간에 개입하고, 자리 잡는 다양한 제스처가 돋보인다. 벽면 호와 평행하게 모로 누운 김민애의 임시 구조물인 〈소실선〉과 천장에 매달린 오종의 〈방 드로잉(모노크롬) #4〉의 가느다란 실 조각들, 우뚝 서 있는 이수성의 〈무제(Quarter Pipe)〉는 조각이 공간에 자리 잡는 여러 가지 자세들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작가들이 개입하는 방법은 어느 정도 자신의 과거를 참조하고 있다. 김민애의 작품 제목과 소재, 오종의 방법, 최고은의 재료는 작가들의 전작을 암시적으로 지시한다. 이에 대해서는 1층 로비에 작가들의 이전 전시 도록을 비치해둔 아카이브 테이블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전시를 감상하는 또 하나의 축은 아트선재센터의 건축적 조건 그 자체이다. 전시 전반에서 관객은 자신이 입장해 있는 공간을 머릿속으로 가져와 이리저리 가늠해보게 하는 메타적인 상상을 실현하게 된다. 사분면의 형태를 지닌 아트선재센터 건물과 합치면 직육면체를 이루도록 설계되었다는 이수성의 조각 작품 〈무제(Quarter Pipe)〉는 관객에게 전시장 건물을 하나의 오브제로 떼어내 작품과 끼워 맞춰 보게끔 한다. 김민애의 〈소실선〉은 벽면호와 같은 중심각을 지니는 호를 제작해 벽면과 평행거리를 유지하게 놓아둠으로써 전시장 건물 측면의 호 형태를 되새겨 놓는다. 오종과 김동희는 전시장의 안과 밖, 위아래를 농담처럼 뒤집어 놓는다.
 

오종의 〈방 드로잉(모노크롬) #4〉은 전시장 천장에 면을 덧대 바닥 삼고, 바닥에 조명을 달아 공간을 뒤집어 놓았다. 뒤집힌 공간을 떠올리면, 그의 가느다란 실 조각들은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닥으로부터 서 있게 되어 전통적인 조각의 기본 조건을 충족한다. 김동희는 외장재로 된 거울을 벽면에 비스듬히 나열하는 간단한 제스처로 안과 밖을 교란하고 천장을 통해 드는 외부의 빛을 전시장으로 끌어온다. 기울어진 거울에 의해 관객의 시야에는 일상적으로는 맺히지 않는 천장의 격자형 레일이 눈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는 전시 공간을 반사된 공간과의 중첩 속에서 바라보게 한다. 거울에 비친 전시장의 원기둥과, 격자형 천장 레일을 바라보면서, 무엇은 미술이라는 감상의 대상이 되고 무엇은 그저 주어진 조건으로서의 공간인지 자문하게 된다.
 

전시장의 각 층에는 소파와 평상이 놓여 있다. 2층의 소파는 김동희의 〈볼륨 1〉의 일부이며, 방금 입장한 관객을 전시장 바깥 풍경으로 안내한다. 3층의 평상은 누구의 작품도 아니며, 관람을 마치고 퇴장하려는 관객에게 다시금 전시장을 바라보도록 안내한다. 이 뒤집힌 동선의 끝에서, 다음과 같은 상상을 해 볼 것을 권한다.
 

가장 간단한 수준에서 공간을 접는 상상을 해보자. 이를테면, 종이를 접듯이. 접기는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그것을 원래의 공간과 포개어 놓는 동작이다. 이는 하나의 새로운 점을 원래의 점과 대응된 위치에 탄생시키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것은 《포인트 카운터 포인트》라는 전시 제목을 읽는 하나의 상상이다. 머릿속으로 공간을 이리저리 비틀어보는 연습이 되었다면, 다시 하나하나의 작품으로 돌아가 공간과 더불어 감상을 해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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