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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오차 범위 내에서 작동하는 그리드를 확장해 보시오

글 유지원

《빌트인》 설치 전경, 사진: 나씽스튜디오, 이미지 제공: 아카이브 봄우리의 생활 공간은 서로 다른 색과 질감의 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의 몸이 발광체라면 빛이 근접한 면들에 닿게 될 것이다. 그 빛을 일정 비율로 반사하거나 흡수할 색면. 주어진 공간을 최대치로 활용하기 위해 제작된 사물과 구조물의 면은 주로 사각형이고, 대략적으로 각 사물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질감을 지니고 있다. 네모나고 반투명하고 까끌까끌한 샷시, 역시 네모나고 반들반들한 수납장, 마찬가지로 네모나고 미끈한 냉장고. 꼭 맞도록 차곡차곡 쌓고 나란히 붙이고 틈을 메운, 직각과 평각의 자리. 공간에 배치된 가구와 소품의 면, 즉 발광체의 빛이 닿은 면만 따서 만든 단일한 평면 레이아웃을 떠올려 본다. 마주한 벽을 시작으로 천장과 바닥, 문 밖의 공간까지 펼쳐본다. 식별 가능한 면은 몇개인가? 각 면의 경계를 채우고 있는 별도의 재질 혹은 그림자는 평면 레이아웃에서 어떻게 보이는가? 각기 다른 질감에 반사된 광선에 왜곡은 없는가?
 

 

위 서술은 장다해의 《빌트인》에서 발단되어 일상의 공간으로 확장된 임의의 구상적 시도를 간략하게 복기한 것이다. 실제로 거주 공간이나 이를 가득 채운 사물로부터 직각이나 곧게 뻗은 직선을 추출해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구형의 눈을 네모나게 쓴다. 대량생산된 가구를 비롯한 기성품과 호환되는 도식을 장착하여 눈앞에 놓인 장면을 수직/수평의 선분으로 분할한다. 이처럼 엄밀하지 못한 지각은 임의의 오차 범위 내에서 그럭저럭 작동한다. 실제로는 변칙적인 구성이지만 무심코 볼 때는 질서정연해 보이는 정도를 유지하는 근사치를 출력해내는 전형적인 공간. 장다해의 평면들은 오차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불규칙하되 기묘하게 쾌적한 공간의 속성을 집약해 놓은 모델처럼 보인다. 다만 이를 단순히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임의의 구간 내에서 적당히 작동하는 방식을 체화하여 주변 공간과 사물의 각도와 질감과 색과 교차점과 기울기를 유난스러워 보이게 한다.
 

장다해의 평면은 아카이브 봄의 공간에 위치한 단일한 사물이면서 동시에 주어진 공간에 대한 각성을 유발하는 별개의 내적 구조를 담고 있다. 우선 벽에 걸린 회화는 여느 회화가 그러하듯 면 위의 면이다. 회화라는 사물의 경계를 구성하는 네 선분의 연장선은 공간 안의 다른 선분과 대체로 평행 혹은 수직을 이룬다. 같은 의미에서 바닥에 놓인 평면 또한 면 위의 면이다. 일정 면적을 차지하되 특정 선분은 바닥과 벽이 만나는 경계에 접하고 있다. 꼭 맞는다는 느낌에 가까운 판단, 그리고 그런 종류의 판단에 마땅히 따르는 즐거움 같은 것이 번진다. 하지만 평면의 내적 구조에서는 그 쾌감을 보다 예민한 감각으로 바꿔 놓는 탈선이 두드러진다. 색면의 경계선이나 캔버스의 가장자리를 따르는 것처럼 보이던 선분은 별개의 궤적을 그리며 빗나간다. 균일하게 연장되다가 반투명한 색면에 의해 덮이기도 하고, 흰 선이 수정액처럼 덮고 지나가는 바람에 두께가 재조정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캔버스 속 일부 색면에는 건조한 덧칠이나 그라데이션이 얹혀서 빛 반사와 입체감을 흉내 내고, 바닥재를 자처하는 판에는 투명 비닐 포장재로 밀폐되면서 구겨진 천에 출력된 벡터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 일정 면적의 공간에 꼭 맞게 시공된 그 바닥재의 표면이 고르지 않은 탓에 반사해내는 조명 또한 우글우글하게 울어 있다.
 

오차 범위 안에 있는 불규칙한 기울기의 선분과 흔들리는 색면으로 구성된, 허용된 구간 내에서 어그러진 그리드. 이 그리드는 아카이브 봄과 같이 이질적인 질감으로 분할된 공간에 꼭 맞는 쾌적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그 공간 특유의 불균형에 대한 해상도를 높인다. 접혀 있는 이 공간을 펼쳐보자. 적당히 작동하는 전개도를 얻게 되었다면 그 안의 면과 선분을 관찰하자. 각 선분의 기울기나 각 면의 빛 반사율 따위를 가늠해보자. 연장선이나 보조선도 그려보자. 서로 충돌하는 선은 없는지, 견제하는 질감은 없는지 신경을 곤두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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