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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당신, 4월의 이야기를 잊지마세요

글 천수림

김진희, 〈April 055〉,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위 자수, 120×153cm, 2018 이미지 제공: 갤러리 구김진희 개인전 《다시, 봄》에서 선보인 〈April〉 연작은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났던 진도의 세월호 참사 이후 진도의 풍경사진과 바느질이라는 수공예적 매체를 혼용해 재구성한 작업이다. 김진희는 〈April〉, 〈She〉, 〈Labor of love〉 등의 시리즈를 통해 사진 이미지 위에 손바느질, 자수라는 수공예적 시도를 해왔다. 사진 이미지와 자수의 레이어를 합한 이미지는 ‘사진 그 이상’의 새로운 의미를 확장시킨다. 세월호 사건의 장소인 진도의 풍경사진, 작가와 비슷한 또래 여성들의 인물사진, 빈티지 엽서의 이미지를 통해 상처와 기억, 치유의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작가는 사건 이후 바로 진도로 내려갔지만, 사진을 찍진 못했다고 한다. 4년여 동안 진행한 이 연작에서 그녀가 선택한 ‘증언’으로서의 피사체는 진도의 숲과 바다였다. 푸른 바다 사진에 마치 문, 혹은 창을 연상시키는 바느질로 이루어진 사각의 형태(〈April 058〉), 흑백의 바다 아래 자주색 실로 메워놓은 이미지(〈April 061〉)와 같이 진도의 풍경 위에 바느질이라는 행위를 통해 얻은 사진+자수의 혼용된 이미지는 그동안 겪었을 사람들의 상처를 시각화한다. 작가는 “사진 위에 바느질을 하기 위해서는 원본 사진에 구멍을 뚫고 상처를 내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포함된다. 치유를 위한 나의 행위는 상처를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그것을 직면하며 상처를 계속해서 응시하는 지속적이고 지난한 과정을 통한 바느질을 해야지만 완성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진도의 자연은 그 날이라고 별반 다를 게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진도의 풍경은 분명 어제의 것은 아니다. 작가는 이 사회적 사건을 우리의 집단적 기억으로 떠올릴 수 있도록 비교적 명료하게 ‘거대한 리본 형태’로 수를 놓음으로써 세월호의 흔적(지표)을 만들어냈다(〈April 055〉). 지금도 만져질 것만 같은 집단적인 고통과 상처는 바느질로 덮어버린 추상화된 자연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 올 한 올 수를 놓은 자수를 보고 있으면 누구나 느꼈을 비극적인 슬픔과 애수가, 추모의 마음이 만져질 듯하다. 이런 촉각적 감각은 서양의 중세에서 촉감이 신비하고 종교적인 이미지까지 담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사진은 ‘실제에 대한 진실’이 주는 권위 때문에 매번 기억을 소환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바느질이라는 수공예적 혼합을 통해 우리의 기억은 엄숙하고 숭고해지는 경험을 얻는다. 푸른 바다 혹은 숲 사진은 아름답다. 자수의 조형성으로 인해 더 처연해진 이미지 앞에서 깊은 사념에 빠져들게 한다. 상처는 시간을 통해 치유될 것이지만, 이 이미지를 통해 우리의 기억은 다시금 재생될 것이다. 이런 ‘치유’를 위한 바느질 행위는 〈Letter to Her〉, 〈Labor of Love〉에서 구체적인 메시지로 표현되는데, 이는 평소 외국의 벼룩시장에서 수집한 빈티지 엽서를 촬영한 후 익명의 발신자에게 자수로 직조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프로젝트다. 신작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h〉(〈Labor of Love〉는 ‘삶은 계속되리라’는 뜻이다.) 이외에도 안부를 묻는 〈Letter to Her〉 연작에서도 ‘hope you are not lonesome(나는 네가 외롭지 않길 바라)’, ‘so I thought you may want this(네가 이걸 원할 거라고 생각해)’, ‘the annual apples have turned up(올해의 사과가 열리기를)’이라는 따뜻한 위로의 말이 이어진다. 김진희가 사진과 자수를 통해 기억의 씨실과 날실을 직조해가듯, 기억의 지속을 통해 우리들의 삶의 서사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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