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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에서 나눈 대화

글 김정아

정금형 작가 ©김흥규

미술씬에서 ‘공연예술가’로 불리는 정금형은 본인의 몸을 매개체로 삼아 직접 수집한 다양한 인체 모형, 각종 사물에 자신의 관심사와 욕망을 투영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그의 개인전 《스파 & 뷰티 서울》(3.9~5.26)은 작년 런던 테이트 모던 전시에 선보였던 신작을 송은 아트스페이스 공간에 맞춰 새로 구성한 것으로, 한국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작업이다. 기자는 지난 4월 6일 전시장 안에서 진행된 공연을 관람하고 며칠 뒤 인터뷰를 위해 작가를 만났다. 정금형을 마주하는 시간 동안 무대에서 봉인된 아우라가 무장 해제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유독 말을 많이 하고, 다양한 표정도 지었던 정금형은 무대 뒤에서조차 ‘여전히’ 《스파 & 뷰티 서울》의 페르소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정아 기자(이하 김)| 이번 전시 포스터와 함께 이목을 끄는 것이 제목인데요, 《스파 & 뷰티 서울》이란 제목은 어떻게 결정하신 거예요?
|정금형 작가(이하 정)| 목욕 용품들이 주인공이라 브랜드 이름 같은 제목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작년 10월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진행했던 전시 《Tate Live: Geumhyung Jeong》에 〈Spa & Beauty〉가 포함됐었는데요, 이 작품의 경우 장소의 이동이 가능했어요.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전시를 하는 걸로 결정 났을 때, 고유한 제목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 ‘서울’을 덧붙이게 됐어요.


|김| 뷰티살롱 상호명이 연상되기도 했어요.
|정| 얼마 전에 알게 되었는데 실제로 강남에 ‘스파 & 뷰티’라는 상호명이 있더라고요?(웃음) ‘스킨 & 바디’ 이런 식의 비슷한 것도 많고…. ‘스파’가 굉장히 다양한 의미로 쓰이는데, 뷰티 살롱 중에서도 ‘바디 케어’를 다양하게 다루는 곳에서는 ‘스파’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더군요.


|김| 2층 전시장의 엄선된 수집품을 진열하는 방식이 박물관을 연상시켰고, 특히 벽 색깔이 시선을 끌었는데요, 공간을 구성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이었나요?
|정| 송은 아트스페이스 전시장 특성상 2층부터 4층까지 연결해서 이동하게 되는데, 그 이동 경로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관객 동선과 이동 시간을 염두에 두고 각 방이 서로 연결되기를 바랐어요. 공간을 색으로 채우는 시도는 처음 해보는 거예요. ‘스파’ 광고에서 많이 사용하는 색으로 결정했는데, 왜 박물관도 전시실에 따라 벽색을 다르게 칠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브러쉬들은 박물관의 표본처럼 진열했는데, 제 기준의 사용 순서대로 놓고 싶었어요. 각 사물과 그 사물이 놓인 좌대 사이가 서로서로 이어지는 방식을 적용하고 싶었어요.


|김| 전시가 시작되는 2층부터 일련의 규칙이 감지됐지만 한편으로는 다음 층이 궁금해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 전시된 물건들, 실제로 사용하시는 것들이에요?
|정| 저와 함께 행위를 하게 될 ‘파트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뭔가를 확인하고 시도할 목적으로 구입한 물건들이 있고 저의 파트너가 되거나 파트너 몸체의 일부가 될 수도 있었지만 되지 못한 것들도 있어요. 관련 제품을 모으는 것 자체에 욕심이 생겨서 더 구입하게 된 것도 있어요. 이렇게 모인 물건들을 가지고 퍼포먼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전시에서는 가능한 방식으로 서사를 만들어 보려고 했어요.


|김| 퍼포먼스 구상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진행되나요?
|정| 작년에 미술관 측으로부터 전시이면서 공연이기도 한 형식을 제안 받았고 ‘신소장품’을 전시하고 전시장 내에서 투어 형식의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것을 처음부터 생각했어요. 이런 방식은 2016년 아뜰리에 에르메스 전시 《개인소장품》과 이 전시 중에 진행한 〈가이드 투어〉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개인소장품》에서 저 스스로를 수집가로 각성하게 되었고 그 캐릭터를 이어서 이번 전시도 구상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한 가지 주제로 새로 수집한 물건만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 작업에 ‘신소장품전’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어요(웃음).

|김| 수집품이 박물관처럼 전시되어 있는 2층과 제작과정 및 광고 영상물이 있는 3층에서 나름의 ‘학습’ 과정을 거친 뒤, 이 모든 것이 총망라된 듯한 〈스파 & 뷰티 옐로우 그린〉을 4층에서 만나게 돼요. 전시장 층별 구획에 따라서 서사의 흐름이 원활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정|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았어요. 주어진 공간에 맞게 어디에 어떤 작품이 있으면 좋을까 고민했어요. 마침 그 공간에 어울리는 것들도 있었어요. 층이 나뉜 전시장이라는 공간의 제약을 핑계로 또 다른 새로운 걸 시도해 볼 수 있었어요.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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