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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뷰티 서울》 방문 후기: 시연회를 기다리며

글 유지원

《스파 & 뷰티 서울》 4층 전시장 전경, 사진: 이강혁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정금형에 대한 글은 이미 많이 있습니다. 그것도 정확한 글들이요. 《스파 & 뷰티 서울》을 계기로 비슷한 글을 하나 슬쩍 보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정금형의 작업들, 그것도 대부분은 대표작이라고 언급되지 않는 프로젝트나 이벤트를 통해 쌓여 온 감각들이 이 전시에서 어떻게 소환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 건 어떨까요? 물론 축적된 감각이라는 것은 부끄럽게도 치우친 것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탄탄한 작가론과 리뷰가 충분히 쌓여 있는 지금 약간은 비껴 나서 쪽문을 통해 진입하는 것도 허용해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시장의 첫 번째 구역인 〈스파 & 뷰티 그린〉에는 각종 바디 브러쉬와 관련 용품들이 아크릴 판의 보호를 받으며 가지런히 누워 있습니다. 대체로 조용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긴장감을 느꼈던 것은 아무래도 〈오늘의 공기〉(2016, HD 영상, 48분 04초)가 연상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 작업은 지난 6여 년간의 퍼포먼스 기록 영상 중에서 마지막의 클라이막스를 제외하고는 퍼포먼스가 시작되기 직전의 모습을 이어 붙인 것이었습니다. 퍼포먼스가 예고된 공간에 미리 자리 잡은 관객과 그 앞에 놓인 여러 도구가 조용히 퍼포머를 기다립니다. 정금형이 등장하자 모든 소리가 잦아들고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하지만 그만 다음 클립으로 넘어가 다시 사물 앞에 관객들이 모여들고, 기다리고, 웅성대다가 숨을 죽이는 순간이 40여 분 동안이나 반복됩니다. 정금형이 걸어 들어오고, 무언가를 하나 골라 들고, 그것을 만지고 또 만져지는 일련의 행위를 기다리는 ‘이전’ 혹은 ‘직전’의 공기. 첫 번째 구역을 비롯하여 이 공간 전체를 관통하는 긴장감, 정갈히 나열된 사물들과 함께 엄습해오는 대기 환경은 바로 그런 것일 테죠.


하지만 이곳은 공연장보다 서비스나 시술을 기다리는 대기실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기다리는 동안 벽면에 배치된 지면과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 좋겠습니다. 패션 잡지 스프레드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 이 지면은 브러쉬를 파는 것인지 반질반질한 신체 부위를 파는 것인지 헷갈리는군요. 하지만 분명한 건 문구들이 입을 모아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브러쉬를 잡고 몸 전체를 부드럽게 쓸어주어라, 그것은 너에게 만족감을 줄 것이다! 도구를, 스스로, 자기 자신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자기만족을 성취하자! 하지만 지면과 영상 광고가 설파하는 브러쉬의 사용법을 따르기란 (산뜻한 말투와 이미지의 매끈한 미감과 반대로) 번거롭기 짝이 없는 일일 겁니다. 이토록 인위적인 루틴을 제안하면서도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인조모보다 자연모를 선호하고, 샤워 겔 같은 화학용품을 동원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연의 싱그러움을 머금은, 가장 인위적으로 자연스러운 케어. 한 층 더 올라가서 입장한 두 번째 구간, 〈스파 & 뷰티 옐로우〉에 진열된 인조 수염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결과(자신의 얼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수염을 성취하기)를 위한 가장 억지스러운 노력(공들여 기르고 모양을 잡아서 자르거나 인공 수염을 적절히 취해서 접착시키기)이 제시됩니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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