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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바젤 홍콩과 홍콩 미술계가 끊은 아시아 미술의 아웃바운드(Outbound) 편도 티켓

글 정필주

H QUEEN’S 빌딩에 위치한 하우저 & 워스(Hauser & Wirth) 개관전 오프닝

매년 3월 말 홍콩의 낮과 밤은 이미 아시아 최고 아트페어로 우뚝 선 글로벌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이 선사하는 미술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올해도 당장 제프 쿤스, 요시토모 나라, 트레이시 에민, 무라카미 타카시, 올라퍼 엘리아슨, 게릴라 걸즈 그리고 나가시마 유리에 등의 스타작가들을 아트바젤 행사장에서 ‘무심하게(?)’ 마주칠 수 있는 것이다. 아트바젤이라는 렌즈를 잘만 활용하면, 아트바젤과 글로벌 갤러리들이 매일 밤 펼치는 파티와 거대한 전시장들에서 잠시 숨을 돌려 휘황찬란한 불꽃축제가 남긴 짙은 연무 속에 숨어있기만 한 것 같은 홍콩의 ‘로컬’ 미술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 관찰은 다시 홍콩과 아트바젤의 상생이라고만 칭하기엔 너무나 치열한 생태계 논리의 발견으로 이어진다.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의 ‘로컬’에 대해 2018년 《아트바젤 홍콩》이 자체 기획을 통해 제시하는 ‘렌즈’를 먼저 살펴보자. 수보드 굽타(Subodh Gupta)의 〈출발.정지(Start.Stop)〉(2008) 작업은 아라리오 갤러리릍 통해 인카운터스 섹터에 출품되었다. 인카운터스 섹터는 과거 한국의 김수자, 함경아 등도 참여한 대형 설치작업 중심의 기획 섹션으로, 2018년에는 수보드 굽타, 대만의 조유정(Chou Yu-Cheng), 일본의 토시카츠 엔도(Toshikatsu Endo) 등 총 12 작품이 전시되었다. 이 작품은 움직임과 멈춤의 쉼 없는 교차가 반복되는 시간과 공간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해나가는 살아있는 인도의 도시(뭄바이)와 농촌을 초밥 벨트 위를 도는 금속 상자들로 표현하고 있는데, 2018년의 홍콩, 나아가 코스모폴리탄 적 도시들의 맥박 자체를 시각화한 작업으로도 그 의의가 유효하다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사람, 부동산, 문화와 예술 그리고 정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시간과 공간 속에 쉼 없는 교차를 반복해 나가는 홍콩에서 그 변화의 속도를 홍콩 미술계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아파트형 창고건물이 밀집한 웡척항 지역의 갤러리 연합체(SICD)들이 진행하는 ‘아트데이(ART DAY, 3월 29일)’에서는 그 변화의 속도감 자체를 즐기는 홍콩 아트씬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올해로 4년째를 맞은 아트데이에 참여하는 갤러리로는 ADC아트스페이스(ADC Artspace), 블라인드 스팟 갤러리(Blindspot Gallery), 페킹 파인아츠(Pekin Fine Arts), 드 사르드(de Sarthe) 등이 있는데, 로시 앤 로시(Rossi & Rossi)와 드 사르드 등은 올해 《아트바젤 홍콩》에도 참여했다. 한편 아트바젤 부스에서 만난 블라인드스팟 갤러리 관계자는 블라인드 스팟이 홍콩에만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기에 “(아트바젤에 참여하는) 완벽한 홍콩 로컬 갤러리”라고 스스로를 칭하기도 했다.

아트바젤행사장에서 만난 벨기에 출신의 한 컬렉터는 《아트바젤 홍콩》이 6월에 열리는 아트바젤보다 만족스럽다면서, 그 이유로 “유럽에서는 보기 어려운 아시아 작가들을 대거 만날 수 있기 때문”을 들었다. 실제로 《아트바젤 홍콩》은 아시아 작가가 유럽 관객에게 프로모션되는 중요한 기회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홍콩 출신 작가들은 그렇게 프로모션되기 위해 필요한 자양분을 어디서 얻고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중요한 문제의식을 아트데이를 주관하는 상업 갤러리 ‘아트 스테이트먼츠’의 디렉터 도미니크 페르고(Dominique Perregaux)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스위스 출신인 페르고는 ‘코스모폴리탄적인 홍콩의 분위기에 끌려’ 2003년에 홍콩에 갤러리를 냈다고 한다. 15년 전을 회상하며, 그는 “2003년 당시 홍콩 아트씬에는 홍콩 로컬 작가를 해외로 프로모션하는 시스템이 전무했다”고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인터뷰 내내 그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생태계’와 ‘프로모션 시스템’이었다.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닌,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홍콩 로컬 작가를 프로모션하는 갤러리를 만들어내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아트바젤은 5일간 치러진다. 아트바젤이 없는 나머지 360일은 어쩔 것인가?”라며, 아트바젤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홍콩 아트씬만의 독립적인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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