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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ART

조 레너드 그녀 그리고 우리의 시선

글 정하영

조 레너드, 〈좋은 사진을 찍는 법(How to Take Good Pictures)〉, 약 1,050권의 책, 7.5×14.9×823cm, 2018, 작가 소장

《조 레너드: 서베이(Zoe Leonard: Survey)》
3.2~6.10 | 휘트니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뉴욕 휘트니미술관(Whitney Museum)은 지난 3월, 뉴욕 출신 여성 아티스트 조 레너드(Zoe Leonard, b.1961)의 회고전 《조 레너드: 서베이(Zoe Leonard: Survey)》를 대중에 공개했다. 레너드는 뉴욕 폴란드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 십대 시절 독학으로 사진 작업을 시작한다. 초기 주변인의 모습을 담아내는 사진에서 출발한 레너드의 작업은 주제와 매체 면에서 점차 그 폭을 넓혀왔다. 《카셀 도쿠멘타》 및 《휘트니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레너드는, 성 정체성, 이민자 사회, 죽음과 상실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그녀만의 색을 지닌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중에게 그의 인상은 급진적 정치 성향을 가진 사진작가에 머물러 있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조 레너드: 서베이》는 초기부터 현재까지 작가의 전 커리어를 아우르는 최초의 전시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전시의 기획 의도는 2015년 뉴욕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에서 2000년 초 제작한 412점의 사진 시리즈 〈아날로그(Analogue)〉(1998-2009)를 집중 조명한 《조 레너드: 아날로그(Zoe Leonard: Analogue)》와 사뭇 다르다. 이번 회고전을 기획한 LA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큐레이터 베넷 심슨(Bennett Simpson)은 레너드가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두었을 뿐 아니라 전달 방식으로 사진, 조각, 영상 및 설치 미술에 걸친 폭넓은 매체를 선택했다는 데 방점을 둔다. 그 일환으로 미술관 5층의 절반을 일곱 개의 갤러리로 나누고, 동일한 형식적 특징 혹은 주제를 공유하는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을 각각의 공간에 배치했다.

관객이 발을 내딛는 첫 공간은 그들에게 전시 전체에서 끊임없이 마주하게 되는 ‘반복’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갤러리 벽의 한면에서 시작해 중앙으로 이어지는 56개의 각기 다른 파란 슈트케이스는 물리적인 존재감으로 관객의 발걸음을 당긴다. 작가의 출생년도에서 제목을 따온 〈1961〉(2002-진행 중)은 그녀의 자화상에 다름없다. 2002년, 당시 작가의 나이만큼의 개수로 처음 제작된 이후 한 해가 흐를 때 마다 또 하나의 케이스를 추가한다. 유사한 오브제의 반복은 도널드 저드(Donald Judd), 댄 플래빈(Dan Flavin)으로 대표되는 미니멀아트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기법을 사용한 의도는 확연히 다르다. 표현의 주관성을 억제하고, 조각 혹은 회화임을 보여주는 요소임에 집중하고자 한 미니멀리스트들과 달리 레너드의 반복은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동시 필요한 슈트케이스를(몇몇 케이스에는 행선지 스티커마저 그대로 붙어있다.) 매체로 이용하는 동시에, 비슷하지만 다른 이 오브제를 일렬로 배치하고 시간에 따라 팽창시키는 방식을 통해 시간의 개념을 더한다. 이렇듯 〈1961〉은 작가의 삶을 특정한 시간과 공간의 총합으로 규정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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