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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실.길이 만들어낸 화평의 색채

글 장석용

김수연: 실.길
3.28~4.10
인사아트스페이스 2층

 


김수연, 〈무제(Untitled)〉, 아크릴, 폴리, 65×65㎝, 2017김수연 작가는 그동안 아크릴사(絲)와 미가공 천연사를 주제에 맞도록 적절히 사용해왔다. 견뢰도와 영구성을 고려한 소재 선택이었지만, 자신만의 조형감각과 색채능력을 통해 재료들의 질료나 물성을 파악하고 이를 작업에 반영해온 것이다. 그 과정 또한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작가는 자신이 추구하는 색을 얻기 위하여 때로는 피염물의 소재를 알아내고 균일한 염착을 위하여 물의 양, 온도, 첨가물, 실의 중량, 염료의 사용을 엄격하게 조절했다. 또한 작품의 보존성을 위해 염색 후에는 수세, 스팀, 건조 등의 후처리 과정을 여러 번 거치고, 변색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웠다. 염색은 소재의 본질에 따라 같은 조건의 과정을 거친다 해도 차이가 날 수 있고, 실의 두께가 일정하지 않으면 동물성 섬유에 뭉침이 있을 수 있어 이것을 감안하여 끊거나 이어서 균질함을 유지시키는 노력을 감수해야 한다.
인사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된 개인전 《실.길》에서도 이와 같은 작가의 수공예적인 특성이 빛을 발하며 전시장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이는 그의 작품이 빛과 각도에 따라 왜곡 및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최소 부피의 실들은 중첩을 통해 색채가 나타나며 미세한 공간감을 느끼게 하고, 거친 질감과 차가운 배색 등으로 촉각적인 호기심을 유발한다. 작가는 이와 같이 변형이 자유로운 물성, 인간과 친밀하고 신체 보호 면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소재에 따라 독특한 질감을 표현할 수 있는 섬유예술을 선호한다. 실이 지니고 있는 선의 형태와 색, 질감을 통해 내면의 다양한 감정들을 시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동안 세월이 익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애환과 갈등에 얽힌 실존의 가치를 깨달았다. 꿈을 잃지 않고 기다림에 익숙한 작가는 자신에게 매달린 매듭을 큰 산이나 산등성이로 생각하지 않는다. 섬유가 지닌 따뜻함을 사랑하고 마음을 정화시키면서 자신의 작품들이 행복의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김수연 작가는 솜과 이불에 수놓은 자수가 속과 겉을 나누게한, 무겁고 성가신 비단 이불에 대한 추억이 있다. 이불 조각, 광택이 살아 반들거리던 베갯잇에서 떼 낸 자수들을 수집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처럼 생활과 밀접하여 공예로 인식되던 섬유는 김수연의 작품을 통해 본래 지니고 있던 기능성으로부터 벗어나 심미적 가치 고양과 조형적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자신의 작품에서 감동과 아쉬움을 담백하게 구사하는 작가 김수연. 달동네의 애환을 보고 작고 소박한 것들에 대한 정을 느끼면서 성장한 그녀는 일상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아끼는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과 자신을 숙성시킨 ‘세월’의 깊이를 담고 있다. 그가 실과 실을 연결하여 이 세상의 화평을 채색하는 기교의 작가로 거듭나길 다시 한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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