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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EXHIBITION

벽을 타고 유랑하는 그림들

글 김정아

크리스티앙 자카르, 〈그을음의 악보(Wall burning, soot shadows partition)〉, 벽에 연소성 젤, 2018 ©Illés Sarkantyu

 

벽, 그림의 시작

벽은 고대인들에게 예술본능을 불러일으켰다. 선사시대 인간은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쇼베 동굴과 라스코 동굴에 최초의 벽화를 남겼고, 이후 그리스·로마, 이집트, 고구려 벽화, 르네상스 프레스코에 이르기까지 벽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그림의 ‘지지체(support)’였다. 경기도미술관은 2018년 첫 기획 전시로 프랑스 벽화 전시 《그림이 된 벽(Mur/Murs1, la peinture au-delà du tableau)》(이하 《그림이 된 벽》)을 개최한다. 프랑스 현대미술가 8인이 전시장에서 직접 제작한 벽화를 선보이는 《그림이 된 벽》전은 프랑스 현대회화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작품의 배경으로만 존재하던 전시장의 ‘벽(들)’은 참여 작가들의 각기 다른 회화적 실천을 통해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 프랑스에는 회화를 해체함으로써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근원적인 성찰과 창조적인 탐구를 했던 쉬포르 쉬르파스(Supports/Surfaces)2라는 전위예술운동이 있었다. 캔버스 천 없이 틀로만 하는 작업, 그 반대로 틀 없이 천으로만 하는 작업, 혹은 캔버스에 틀의 이미지를 넣는 작업으로 구분되는 쉬포르 쉬르파스 운동의 방식은 《그림이 된 벽》에서 조화를 이룬다. 쉬포르 쉬르파스 운동의 영향 안팎에서 프랑스의 현대미술을 이끌어 가고 있는, 40~8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 작가들은 《그림이 된 벽》 전시를 통해 회화적 실험과 프랑스 현대회화의 미학을 벽화의 형태로 펼쳐냈다. 전시장에서 마주 보거나 맞닿은 벽화들을 통해 관람객들은 높이 9미터, 각 작품 당 최대 50미터에 달하는 공간 안에서 어우러진 각 작가들의 창조적 에너지를 경험할 수 있다. 전시 제목처럼 이제 이 거대한 ‘벽’은 모두 ‘그림’이 되었고, 관람객은 문자 그대로 그림 속을 산책하게 된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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