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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기산이 찾은 화음(畵音)의 세계

글 허나영

정명희, 〈금강변주 36〉, 한지에 혼합재료, 103×103cm, 2017

 

기산(箕山) 정명희의 작품은 매번 놀랍다. 새로움에 놀라고 연속성에 놀란다. 한 작가의 예술인생이라는 유구한 강을 따라가다 예상 못한 풍경을 마주한 느낌이다. 기산의 작품은 한지 합지에 먹을 사용하는 수묵을 기본으로 하고 그 위에 채색과 콜라주를 하여 현대적인 화면을 갖는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현대 추상회화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중첩되는 재료의 사용과 작가가 가진 문인 정신이 결합되어 하나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층위를 갖고 있다. 기산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그저 “그림이 나를 그리고, 스스로 저 살 궁리를 하는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으며 평한다. 전시를 할 때마다 새로운 작품을 하지만, 그에 대해 미리 걱정하지 않고 그때 그때 주어진 화두나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바탕으로 작업하다 보면 그림이 자연히 그를 이끈다는 것이다. 그 시작은 잘라 붙인 색종이일 때도 있고, 우연히 끌린 신문의 디자인일 때도 있다. 혹은 매일 새벽 운동 길에 발견한 장구 마구리가 시작일 때도 있다. 그 시작이 무엇이 되었든 우선 작업을 시작하면 기산은 그 다음이 자연히 이루어진다고 한다. 마치 즉흥 연주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는 그의 삶이 녹아있다. 이성적인 통제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몸에 내재되어 있던 감성적인 것들이 느리게 혹은 빠르게 화면에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 작가의 내면을 담은 글귀가 담긴다.

 


화중유시(畵中有詩)

원사대가(元四大家) 중 예찬은 문인 화가가 갖추어야 할 첫 요인을 사기(士氣)로 보았다. 사기는 ‘선비의 품격’으로, 이는 그저 사물을 보이는 그대로 그리는 서양화와는 다르게 작품의 가치를 평하는 기준이 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개인사는 가십은 될지언정 작품의 가치를 떨어뜨리진 않지만, 동양의 문인화에서는 작가의 기운(氣韻)이 그대로 작품에 반영되고 이것이 바로 작품의 격을 알 수 있는 척도였다. 당대의 시인이자 화가인 왕유의 시와 그림이 그러했고, ‘왕유의 그림을 보면 그림 가운데 시가 있다’고 한 소식의 평에서도 문인화의 경지를 알 수 있다. 기산 역시 여러 권의 시집을 내었고, 시(詩)와 화(畵)를 하나로 본 문인화(文人畵)처럼 즐겨 글귀를 그림 한편에 배치하곤 했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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