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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자기 보존을 위한 베를린 비엔날레의 중간 점검

글 최윤정

손드라 페리(Sondra Perry), 〈2017년 게임 속이거나 작품 진열장과 투영을 위한 미러링 개그 속이거나(IT’S IN THE GAME ‘17 or Mirror Gag for Vitrine and Projection)〉 설치 전경,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courtesy Sondra Perry; Bridget Donahue, New York, photo: Timo Ohler

 

우리는 다른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아
‘우리는 다른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아(We don’t need another hero)’라는 제목으로 지난 6월 9일 제10회 베를린 비엔날레(The 10th Berlin Biennale for Contemporary Art, 이하 BBX)가 시작되었다.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는 2016년 32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의 공동 큐레이터였던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가비 응코부(Gabi Ngcobo)이다. 제9회 베를린 비엔날레가 뉴욕 기반의 백인 큐레이터 그룹 DIS로 이루어졌다는 사실과 비교했을 때, 가비 응코부가 꾸린 이번 큐레이터 팀이 모두 흑인이라는 점은 더욱 눈에 띈다. 실제로 전시된 많은 작업들이 흑인 정체성 및 식민주의를 다루기에 이번 전시를 후기 식민주의 및 탈식민 담론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접근처럼 보인다. 그러나 큐레이터 팀은 BBX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단순화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부정을 통한 접근은 부정하는 것 이외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 반면 무한한 개방성은 한편으로는 모호해질 수 있다는 위험을 지니고 있다. 이번 BBX는 식민주의 관련 담론으로 단순화시키는 필터 외에도 많은 것들을 부정하고 있다. 다시 행사 제목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다른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아’는 흑인 여가수 티나 터너(Tina Turner)가 1985년 발표한 동일한 이름의 곡에서 따온 제목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타이틀은 영웅은 필요하지 않다는 선언 하에 다른 조건들을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소 피상적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모호한 제목 하에서 이번 비엔날레의 몇 가지 특징들을 읽어내 보자. 먼저 전시는 영웅이 필요한 상황 자체가 아니라고 파악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제1차 세계대전 함대의 위장 무늬를 이번 비엔날레의 디자인 테마로 가져온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큐레이터 팀은 오늘날 상황을 전쟁과도 같은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전쟁에 물질적 무기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권력 체제가 개인의 존재를 앗아가고 제도 틀에 단순화시키는 교묘한 싸움이다. 그렇다면 위급한 현재 상황에서 영웅을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세를 구원할 영웅 단일자는 또다시 하나의 권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시아적 영웅의 거부는 구원의 거부로 이어진다. 이번 비엔날레는 밝은 미래를 무책임하게 기약하지 않는다. 대신에 권력의 범주화로부터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유지하는 ‘자기 보존(self-preservation)’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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