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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EXHIBITION

I, WOMAN : 한국여류조각가회 45주년 기획전

글 백지홍

《I, WOMAN: 한국여류조각가회 45주년 기획전》
5.28~6.27 | C아트뮤지엄
7.5~7.17 | 선화랑

《I, WOMAN: 한국여류조각가회 45주년 기획전》 전시 전경, C아트뮤지엄

“여성이기 때문에 남다른 고민과 어려움이 운명처럼 맴돌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자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여성이기 때문에 뭉쳐보자는 힘도 컸다고 봅니다. 또 여성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관심도 많다고 봅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저희는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고 무진 애를 써왔습니다.”
- 김정숙, 《제2회 한국여류조각가회전》 도록 인사말 중, 1975

 

인류의 역사는 남성을 중심으로 쓰여 왔다. 그래서 ‘History’는 ‘Hisstory’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역사적으로 이름날 자리에는 대체로 남성이 앉아있었으니, 이 편파적 기록은 단순히 역사가들의 취사선택 결과가 아니라 대체로 적확한 기록이었을 것이다. 기울어진 시대에 대한 적확한 기록 말이다. 남성으로 태어났다는 점만으로, 인류의 절반보다 강한 무력을 타고난 남성이 여성을 보호대상 혹은 지배를 받아야 할 수동적 존재로 분류하는 일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다. 계급 사회에서 하층민의 재능이 빛을 보기 힘들었던 것처럼,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재능은 빛을 볼 수 없었고, 이는 사회 전체에 손해였다. 예술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수많은 여성 예술가가 현대미술계를 풍성하게 빛내고 있지만, 1971년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Linda Nochlin)은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는가(Why Have There Been No Great Women Artists?)’를 물어야만 했다. 미술관에 전시된 수많은 작품의 모델은 여성이지만, 그것을 만든 이의 절대다수는 남성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라는 경계도 쉽게 넘어선다. 수많은 여성 스타를 탄생시킨 헐리우드에서 매년 제작되는 대형 상업영화 중 여성이 감독한 영화는 2017년에야 등장했다. 이른바 ‘문화선진국’들의 사례가 이럴진대, 상대적으로 현대적 의미의 인권의식 정착이 늦었던 한국의 여성 예술가들은 어땠을까. “사회제도와 도덕과 법률과 인습을 원망하라. 네 어미는 과도기에 선각자로 그 운명의 줄에 희생된 자였더니라.”(「신생활에 들면서」, 『삼천리』, 1935. 2) 한반도의 변환기였던 1896년에 태어난 나혜석의 기록을 보면 그리 기대할만한 것은 못될 것 같다. 식민통치와 분단 그리고 전쟁으로 이어진 혼란의 시기는 인권 감수성의 발전을 더디게 했다. 그렇기에 1974년 ‘한국여류조각가회’의 탄생은 당시로써는 놀라운 일이었다. 이는 1953년 홍익대학교 조각과를 1회 졸업한 한국여류조각가회 1대 회장 김정숙(1916~1991), 1949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창설 시 입학한 2대 회장 윤영자(1924~2016)와 같이 한국 현대 조각 역사의 첫 줄을 함께 써온 작가들의 노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린다 노클린의 질문 이후 불과 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한국여류조각가회의 탄생은 여성 조각가 권익 향상의 결과물이 아닌, 출발점이었다. 여류조각가회는 남성이 대부분인 조각계에서 여성 조각가들이 겪는 차별적인 대우와 자신의 활동에 스스로 한계를 짓는 여성 조각가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문제의식을 갖고, 여성 조각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철저한 작가정신을 고취하고자 했다. “사실상 화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조각가가 열 손가락을 꼽을 정도에 불과”했던 시절 개최된 창립전에는 서울대, 홍익대, 이화여대 등에서 조각을 전공한 33명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에서 전시가 개최되었다.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고, 여류조각가회 창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1대, 2대 회장은 조각계의 원로로 존경받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제는 ‘여성 조각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아니 ‘여성 조각가’라고 부를 필요도 없어졌다. ‘조각가’라는 직업이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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