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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예술의 성전에서 꾼 악몽

글 김정아

릴리 레이노- 드와:
미니멀리즘이 남긴 것, 그 너머
6.1~7.29
아뜰리에 에르메스

빨간색 카펫이 깔려 있는 전시장에서 처음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밝은 조명을 받아 화려하게 반짝이는 유리 패널들이다. 그러나 화려함도 잠시, 가까이에서 마주한 패널에는 피를 뒤집어쓰고 있거나 기괴한 차림새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겁에 질린 듯, 무언가에 홀린 듯 불안하고 불편한 공기를 드리우고 있다. 유리 패널들 사이에서 반복 상영되는 영상 작업들 역시 이 불안하고 불편한 공기에 무게를 더한다. 강렬한 화려함과 기괴함이 공존하고 있는 이 공간을 통과해 관람객들은 드디어 릴리 레이노-드와의 영상 작업 〈미니멀리즘이 남긴 것, 그 너머(Beyond the Land of Minimal Possessions)〉를 마주한다. 릴리 레이노-드와는 퍼포먼스와 영상, 설치와 텍스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몸과 섹슈얼리티, 권력관계, 제도적 공간 등과 관련된 쟁점들을 탐구해 온 작가다. 텍사스 마르파에서 촬영한 영화 〈미니멀리즘이 남긴 것 그 너머〉는 예술 활동에서 의미를 찾으려 분투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들이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하는 숙명으로부터 끈질기게 의문을 제기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모습을 따라가면서 릴리 레이노-드와가 던진 의미심장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텍사스에 위치한 작은 도시 마르파(Marfa). 몇몇 젊은이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마르파의 건축물과 미술관, 서점 등을 둘러보고 카페에서 잡담을 나누고 파티를 즐긴다. 이어서 누군가가 악몽을 꾼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자신들이 참여하게 될 세미나에 관해 떠도는 이상한 소문을 언급하던 그들은 이윽고 차를 달려 황량한 벌판에 있는 외딴 건물에 도착한다. 이렇게 시작된 영상 작업 〈미니멀리즘이 남긴 것, 그 너머〉는 릴리 레이노-드와가 2017년 가을에 텍사스의 샌 안토니오(San Antonio)에 있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것을 계기로 구상되고 실현된 것이다. 방학을 맞아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오래된 외딴 오두막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광란의 파티, 그리고 연이어 발견되는 시체와 좀비까지 호러 영화의 클리셰를 차용하여 구성한 뼈대에 작가는 예술에 대한 논쟁이라는 살점을 붙여나간다. 릴리 레이노-드와 자신의 학생들이자 예술 활동의 의미를 찾으려 분투하는 젊은 예술가 일곱 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실제로 마르파에 저명한 예술가와 큐레이터, 미술사학자 등을 초청해 세미나를 진행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열 명 남짓의 사람들이 황량한 벌판에 둘러 앉아 때로는 심각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을 던진다. 작품과 화이트 큐브의 관계로부터 시작된 이들의 이야기는 천연자원과 문명의 관계, 퍼포먼스와 초기 미니멀리즘의 관계, 실험적인 형식의 예술 잡지, 예술과 검열 문제, 미술 시장과 아티스트 피 등 예술과 사회, 자본이 뒤얽힌 다양한 쟁점들로 확장되어 간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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