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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정면을 응시할 수 없는 시대를 응시하기

글 김미정

신정균: Re-wind
5.11~6.7
아웃사이트

신정균, 〈없는 사람〉, 단채널 영상, 8분 26초, 2017 이미지 제공: 아웃사이트

 

지난 두 달 동안 남북관계는 감동과 변화, 긴장과 성패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남한과 북한의 수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와 대화를 나누고 종전을 선언하는 역사적 순간에 이어 남북 고위급 회담이 번복되었고, 미국은 북한과의 회담을 취소했으며, 남북의 수장은 다시 판문점에서 만나 서로를 포옹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북미회담이 가까스로 다시 성사되어 전 세계의 관심이 싱가포르에 집중되어 있다. 이렇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개인전을 진행중인 신정균 작가에게 작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는 농담을 들은 적이 있다. 아마 군대, 분단국가 등의 이슈들이 작가의 작업에서 주요한 소재이기 때문이라 추측한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그의 작업에서 우리가 (여전히) 무언가를 놓치고 있음을 드러낸다. 앞서 언급한 이슈들이 작업에서 중요하게 작동하는 것은 맞지만, 작가는 일상에 내재된 한국 사회 특유의 불안감 그리고 거기서 발발하는 사건들이 입장에 따라 각기 다르게 해석되는 방식들을 살펴보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작업에서 작가는 ‘옥류체’로 적힌 유행가 가사, 한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군대에서의 사건들, 불어로 번역된 북한의 도발 선언 등을 통해 기호가 강한 대상들과 이질적인 것을 섞어 원래 대상에 갖는 인식들을 전복시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하나의 사건을 언론, 개인, 국가가 읽는 방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래서 전시의 제목인 《Re-wind》의 의미처럼 작가는 몇 개의 사건들을 되감아 본다. 여기서 되감기는 놓쳐버린 것들 즉 누락된 이름과 존재들을 포함해 이들에 대한 기억과 판단까지 살피려는 시도이다.

〈은신술 특강〉은 작가가 북파 공작원이었던 서 초환을 초청해 진행한 ‘은신술 특강’을 기록한 영상이다. 호국 선열에 대한 묵념으로 거룩하게 시작하는 이 강연에서 서초환은 과거 북파공작원으로서의 경력과 은신술 방식을 장황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강연을 듣는 젊은이들에게 은신술은 수사적인데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혹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행위이며, 화려했던 그의 경력은 임무 수행 중 얻은 정신적 충격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때문에 그의 말과 이미지, 그리고 ‘특강’ 형식 안에서 묘한 공허함을 감지할 수 있다.

〈없는 사람〉에서도 비슷한 괴리감이 존재한다. 군인들이 훈련하는 장면과 그 용맹함을 묘사하는 방송의 내레이션 그리고 여기에도 등장하는 서초환의 이야기 방식은 〈은신술 특강〉에서와 거의 동일하다. 방송과 서초환 모두 개인의 희생이 곧 국가의 안녕임을 역설하지만, 그들은 이제 픽셀이 깨진 과거의 화면처럼 불투명한 존재가 되었다. 결국 ‘없는 사람’이라는 제목처럼 국가적 사명과 희생을 전제로 한 사건에서 인물은 사라지고 서사만 남게 되는데, 그 서사마저 삭제되거나 왜곡되기도 한다. 이를 인지한 작가는 〈현장 스케치〉를 통해 한 부대에서 일어난 사건을 토대로 가상의 증거 문서를 만들어 관객을 그 무대에 개입시킨 후 그 판단의 과정을 지켜본다.

문득 북미회담 생중계를 인터넷으로 지켜보던 중, 화면 옆에 띄워진 채팅창에 “이런다고 긴장상태가 끝나는 줄 아냐”는 문장이 기억난다. 여기서 말하는 ‘이런다고’는 채팅창에 난무하는 무분별한 판정과 억측 혹은 북미회담 자체일 것이다. 그러나 그게 무엇이든 이 문장은 종전 선언이 완전무결한 일상의 평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 사회 곳곳에 내재된 다른 형태들의 불안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반증한다. 신정균 작가는 이 지점을 예민하게 주시하고 군대, 대북 이슈를 시작점으로 설정하여 판단이 형성되는 경로와 그 결과에 의문을 제시한다. 그리고 과연 그것이 온전한 자신의 판단이 맞는지 반문한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정면을 마주하는 대신 그를 둘러싼 다른 부분에 더 집중하는 시대에서, 작가의 질문은 유의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질문은 무엇을 보고 믿을 것인가라는 문제까지 연결시키며 무감각했던 인식의 체계들을 서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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