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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때때로 아름다움을 향해 간다

글 천수림

김도균: sf.lu.p.t
7.5~8.25
갤러리비케이

《sf.lu.p.t》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갤러리비케이때때로 엄정한 색과 기하학적 형태가 빚어낸 이미지는 스스로의 존재를 강력하게 드러냄으로써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하게 된다. 김도균은 ‘색과 빛, 형태, 공간’ 자체의 힘을 믿는 작가다. 그동안 그는 현대 도시 공간과 건축물의 부분을 사진을 통해 기하학적 추상 이미지로 표현해왔다. 특히 건축물의 외관, 실내 미술관 건물과 특정 상품이 들어있는 몰딩 등을 집중적으로 포착하기도 했다.

현재 갤러리비케이에서 진행 중인 김도균의 개인전 《sf.lu.p.t》전은 〈SF〉, 〈LU〉, 〈P〉, 〈T〉연작의 조합으로 구성되었다. 〈SF〉는 공상과학(Science Fiction), 공간소설(Space Faction)을 의미하는 시리즈다. 실제 공간을작가의 가공을 통해 변모시켜 제한적인 현실 속 공간을 가상의 공간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개별적인 컨테이너 박스 유닛과 컨테이너들이 나열된 공간을 촬영한 연작인 〈LU〉, 특정 상품이 들어있던 포장 몰딩을 클로즈업하여 촬영한 연작 〈P〉는 모두 추상적이다. 〈T〉 시리즈에서는 사진 작품을 철제 테이블 틀 위에 얹은 가구로 사진과 가구의 결합을 실험하기도 했다.

제품 포장재를 소재로 작업한 연작 〈P〉 앞에 서면 당황하게 된다. ‘대체 무엇을 찍은 거지? 뭐가 보이나?’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대답은 ‘화이트’라는 것. 그저 모노톤에 가까운 이 단색조의 연작은 ‘순수’한 색의 순결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습관처럼 대상의 실체를 찾거나, 스토리를 연상하려는 노력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결국 작가가 닿고자 하는 ‘형태와 색’이 말하고자 하는 관념과 의지를 캐내려 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단지 모노톤의 색과 규정할 수 없는 형태, 아름답게 느껴지는 조형미에 집중 할 수밖에 없다. 이 정결한 이미지들의 조합(〈P〉시리즈)은 마치 조선백자의 선을 볼 때처럼 숨길 수 없는 선(禪)을 향한 의지가 느껴진다. ‘패키지(package)’의 첫 글자를 딴 〈P〉 연작은 그가 3년동안 모은 과자 박스, 핸드폰, 화장품 케이스, 치킨 포장, 호박죽을 담은 둥근 스티로폼이 대상이었다.

칸트는 “아름다움이란 한 대상의 목적성의 형태인 바, 다만 그 형태는 그 대상에서 목적을 표상없이 인지되는 것이어야 한다.”(칸트, 『판단력 비판(Kritik der Urteilskraft)』)고 말한 바 있다. 디지털 조작 없이 순수하게 실재하는 공간을 재발견한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본래’ 사물의 쓰임새, 혹은 건축공간의 용도는 중요해지지 않는다. “카메라의 시각으로 보면 사물들에서 우주적 공간감까지 느낄 수 있다”고 그가 말한 것처럼 낯선 공간감, 감각 앞에 서게 된다. 검은 커튼의 작은 구멍과 철판의 미세한 틈을 확대해 찍은 전작에서도 마치 ‘별이 박힌 우주의 광경’같은 환영을 경험하게 된다.

김도균 작품의 주요 테마는 공간이다. 그가 촬영한 이미지는 전체가 아닌 부분인데 그가 추출해낸 이미지는 본래의 용도와 장소성을 모두 잃어버린 채 낯선 이미지로 재탄생되곤 한다. 특히 건축공간의 모서리를 확대해 찍은 사진은 미니멀한 추상화로 인식되기도 한다. 관람자가 지각하는 것은 본래 공간이 아니라 그가 확대하거나 축소한 가공된 상형(象刑), 즉 가공된 실재이다. 그가 선택한 ‘시점’에 시선을 맡김으로써 예기치 못한 이미지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이나 아름다움을 느끼는 ‘심미적인 경험’을 얻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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