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TOP

WORLD ART

자연 속의 방랑, 방랑 위의 자연

글 이정훈

《방랑벽: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부터 오귀스트 르누아르까지(Wanderlust von Caspar David Friedrich bis Auguste Renoir)》
5.10~9.16 |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Alte Nationalgalerie)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Wanderer ber dem Nebelmeer)〉, 캔버스에 유채, 94.8×74.8cm, 1817 photo: Elke Walford ©SHK/Hamburger Kunsthalle/ bpk

 

무더운 도시의 여름. 뜨거운 햇볕과 더운 숨을 연신 내쉬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답답한 공기에 저절로 몸이 축 처진다. 빌딩 숲을 벗어나 어디론가 막연히 떠나고 싶다. 가능하다면 맑은 하늘이 한눈에 보이고, 어디선가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자연의 품이면 좋겠다. 꿈만 같은 자연 속 방랑의 소망을 대신해줄 전시가 베를린 박물관 섬(Museuminsel)의 구 국립박물관(Alte Nationalgalerie)에서 열렸다. 방랑(Wanderlust)이라는 제목과 함께 18~19세기 낭만주의(Romantik)를 중심으로 자연에 대한 동경과 이국으로의 여행, 방랑 혹은 탐험을 추구한 작가와 그들의 작업을 선보인다.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부터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까지’라는 부제 속에서 독일,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러시아, 프랑스 등 유럽 전역에 걸친 약 120점의 작업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베를린 국립 박물관(Nationalgalerie)의 소장품뿐만이 아니라 함부르크 미술관(Hamburg Kunsthalle), 취리히 미술관(Kunsthaus Zurich) 그리고 코펜하겐 국립미술관(Statens Museum for Kunst, Kopenhagen)과 같은 타 기관의 중요 소장품까지 함께 아우른다.

낭만주의 속 자연의 모습
이번 전시에서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꼽으라면 단연코 자연(Natur)과 방랑(Wandern)일 것이다. 이는 낭만주의(Romantik) 사조의 배경과 그 흐름에 영향받은 작품에서 드러나는 대표적 특징인 ‘(1)자연으로의 회귀 (2)이국에 관한 호기심과 탐험(혹은 방랑) (3)현세적 가치의 추구’에 속하며, 동시에 이번 전시를 이끄는 중심 개념이다. 이러한 특징이 그림 속에서 어떻게 등장했고, 해석된 것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술사 속 낭만주의 사조의 등장과 그 흐름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봐야 한다.

18세기 말 프랑스 대혁명과 그 영향으로 인해 유럽 사회는 전제왕권 및 귀족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 시민 중심의 민주 사회에 들어섰다. 이는 당대의 미술에도 큰 변화를 초래했다. 혁명의 과정에서 만연한 인간의 부정(不淨)한 모습은 이성의 합리성과 객관성을 강조한 당시의 계몽주의 사상과 미술에서 지배적이던 신고전주의를 향한 실망과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성은 완벽한 개념이 아니었고, 그간 가려졌던 개개인의 감성과 감정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선형적 결과로서 당대의 계몽주의 사상과 신고전주의 미술 사조는 쇠퇴한다. 그리고 비현실적, 비형식적, 비이성적 가치를 추구하는 낭만주의가 등장한다. 전형적인 형식과 전통적 규범에서 벗어난 낭만주의는 극적인 자연 풍경과 이국적 경험에 관심을 가졌다. 더불어 작가 개인의 감정과 시각이 그림의 전면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낭만주의 시대의 작가들은 자연을 바라보는 개인적 시선과 감상을 붓질, 색채, 형태, 구도 그리고 묘사 방식을 통해 세심하게 혹은 격정적으로 표현했는데, 이러한 모습은 자연을 담아낸 풍경화에서 쉽게 살펴볼 수 있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THIS DIRECTORY

THIS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