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TOP

COVER ARTIST

김재형, 독자적인 시각으로 이룩한 한국적인 정서의 성화

글 신항섭

김재형, 〈엠마우스의 그리스도〉, 종이에 유채, 145.5×97cm, 1989

예술은 창작의 산물이다. 조물주가 이 세상을 창조했듯이 화가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눈에 보이는 사실을 재현하는 사실주의 회화일지라도 소재 및 구도 그리고 묘사 기법을 통해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모색한다. 형태를 단순화하거나 생략하는 것은 물론이요 변형하고 왜곡하여 전혀 새로운 이미지로 바꾸어 놓는 비재현적인 회화일 경우에는 그 자체로 창의적일 수밖에 없다. 개별적인 조형언어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화가 개개인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 할 수 있다. 화가는 그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해 일생을 투척하는 것이다.
 

신과 자연 그리고 인간
김재형의 작품은 그 대다수가 자연과 신 그리고 인간을 대상으로 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의 조형세계는 이 삼각의 관계성에 대한 회화적 진술이라 할 수 있다. 풍경화의 경우 자연의 아름다움을 심미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비해 그는 시각적인 이미지 그 이면에 자리하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 즉 인간의 삶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는 자연과 신의 존재에 대한 성찰을 회화적인 제재로 삼았다.
 

조물주를 상위에 두면 그 영향 아래 있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동일시된다. 조물주로서의 신과 피조물로서의 자연, 인간이 이세상의 주체인 것이다. 작가는 아름다운 자연의 가치를 일깨우고 신의 존재성에 연역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사유적인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확정하게 될 뿐만 아니라 자연을 찬미함으로써 신의 존재성을 입증하게 된다. 신으로부터 주어진 탐미적인 감각으로 심미세계를 추구하고, 그림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것은 신에 대한 경배와 같다. 그의 조형세계가 신앙적인 사유의 세계로 이행하게 된 것도 초월적인 가치로서의 신성이 예술적인 이상과 일치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초기의 사실적인 작업을 제외하면 그의 생애 전반에 걸친 작업은 개인적인 신앙과 결부되어 있다. 우리들의 눈에는 평범하게 보이는 풍경일지라도 그에게는 신의 존재를 감지하고 감득할 수 있는 종교적인 신념의 원천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김재형 작가는 눈에 보이는 사실의 재현보다는 소재 및 대상에서 신성을 찾아내 그 감동과 희열을 회화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특별히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풍경이 아닌 평범한 자연풍경임에도 작가의 미적감수성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단순히 보이는 사실에 대한 감동이 아니라 뭇 생명체에 부여된 신성에의 감응이다. 눈에 보이는 사실 너머에 존재하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생명에의 찬탄이고, 생명체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은 조물주에 대한 감화인 것이다. 그의 작품 곳곳에는 자연에의 찬탄, 눈부신 생명에 대한 경이가 담겨 있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THIS DIRECTORY

THIS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