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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ART

한여름 무례하고 시원한 조소

글 이해빈

《250주년 여름 전시(250th Summer Exhibition)》 | 6.12~8.19 | 영국왕립미술원(Royal Academy of Arts)

《250주년 여름 전시(250th Summer Exhibition)》 전시 전경 ©Royal Academy of Arts. photo: David Parry

미간을 잔뜩 찌푸리게 만드는 무더위가 비단 한국에만 찾아온 것은 아니다. 올해는 런던 역시 35도를 웃도는 땡볕 더위와 싸움을 치르느라 많은 이가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렇게 더울 때 도시를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집을 나와 갈 수 있는 실내 피서지는 어디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대표적으로 백화점, 쇼핑몰, 영화관, 미술관 등. 쇼핑몰과 미술관이라는 표면적으로는 각각 소비 활동과 문화생활 향유라는 다소 상반된 두 가지 예시를 든 것 같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오늘날 열리는 미술 전시의 형태에 따라 다른 얘기가 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상업 도시중 하나인 런던이라면 더더욱 시장 자본주의가 시민들의 교양 활동에 자연스레 잠복해 들어가지 않았을 리 없다. 지금은 고급 명품 매장들이 즐비한 피카딜리(Piccadilly)에서 1769년에 개교한 이래로 꾸준히 관객 동원형의 대형 전시들을 기획하며 수입을 마련하고 있는 영국왕립미술원(Royal Academy of Arts, 이하 RA)이 선보인 이번 《250주년 여름 전시(250th Summer Exhibition)》(이하 《여름 전시》)도, 그 지리적 위치만큼이나 동시대 미술 전시와 시장형 아트페어 그 사이 어딘가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전시의 모범이었다. 작품 전시의 기회는 (선정이 되기만 한다면) 누구나 가능, 작품 구매의 기회 역시 (돈이 있기만 하다면) 누구나 가능한 플랫폼으로 기획되었기 때문이다.

개교와 함께 시작된 첫 전시를 시작으로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열려왔으며 올해로 250주년을 맞이한 RA의 유례 깊은 연례행사인 《여름 전시》. 항상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여하는 데다 해마다 여름에 열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름 전시’가 유독 많은 방문객들로 들끓는 이유는, 이 전시를 주관하는 기관이 가진 전통과 권위에 비해 민주적인 전시의 성격에 있다. RA를 졸업한 프로 작가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업까지 선보이고 있어 나름 저렴한 가격에 그럴싸한 예술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점도 크게 작용하는 행사이다. 평상시에 많아도 100여 점 선보이는 규모의 전시 공간에 그 열 배 이상 되는 1,300여 점에 달하는 작품들로 빼곡히 채워졌을 광경을 상상해보자. 머릿속으로 당장 그려지는 건 컨벤션센터 같은 공간에서나 가능할 여느 아트페어의 모습일 테지만, 놀랍게도 이번 전시는 그런 막연하고 무분별한 전시 형태와는 다른 기획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었다.

 

*나저미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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