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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EXHIBITION

점, 선, 면에 관한 느슨한 대화들

글 남선우

《세 번 접었다 펼친 모양》 | 10.17~11.11 | 브레가 아티스트 스페이스

《세 번 접었다 펼친 모양》 전시 전경점과 선을 조형의 기본 요소라고 말한다. 방향이나 면적 없이 위치만을 가진 점이 쌓여 선이 되고, 그 선이 쌓여 이룬 표면 혹은 선에 의해 둘러싸인 내부를 우리는 면이라고 부른다. 개념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숱이 많은 붓으로 점을 찍었을 때, 그것은 점이라기보다는 원형의 면이다. 단면이 무딘 펜이나 두꺼운 마커로 선을 그었을 때, 그것을 선이라고 볼 수 있을까?
엄밀한 점과 선은 기하학의 개념상에서만, 혹은 약속으로만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두께가 없는 면이 존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점과 선을 엄밀히는 면이라고 볼 수 있듯이 입체가 아닌 면은 없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편의상 완결된 선이 가두고 있는 내부, 사물의 겉으로 드러난 평평한 부분을 면이라고 부르기로 약속한다면, 면은 회화와 조각이 공유하는 요소다. 회화의 역사에서 면, 특히 평면은 회화의 존재론적 특성을 규명해 주는 성질이자, 회화의 조형 요소가 얇은 제 몸을 지탱하는 지지체였다. 조각에서의 면은 조각이 만들어 낸 양감을 감싸고 있는 잘 연마된 결과물로서의 표면이거나, 조각이 공간을 가르고 나누거나 열고 닫기 위해 쓰는 효율적인 도구처럼 보인다. 물론 평면은 부조 같은 조각에서도 지지체가 될 수 있고, 회화에서도 표면 혹은 표면의 양감은 역시 중요한 요소다. 그렇게 보면 회화와 조각은 면을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면이 하는 역할 또한 공유한다.
전시 《세 번 접었다 펼친 모양》은 장혜정과 최희승이 조직한 ‘고고다다 큐레토리얼 콜렉티브’의 첫 번째 기획 전시로, 회화와 조각 사이에서 ‘면’이라는 요소가 갖는 다양한 역할 또는 위치에 대한 고민과 그 고민에 함께한 작가들의 응답을 보여주었다. 장혜정, 최희승, 권현빈, 김인배, 노은주, 이수성, 이환희, 황수연, 이원섭, 괄호 등 조형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기획자, 작가, 그리고 그래픽과공간 디자이너가 각자의 언어로 풀어낸 협업이라는 이상적인 인상을 주었고, 전시 공간은 머릿속의 개념을 실존하는 영역으로 가지고 왔을 때 생기는 낙차로 인한 경쾌한 리듬으로 채워져 있었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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