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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한 초록

글 문규화

문규화, 〈풀〉, 캔버스에 아크릴, 33.5×24.3cm, 2017나무 덩굴


젖은 공기에 나무들이 물렁해졌다.
보이는 잎이 너무 많아 그리기 망설였던 나무는 머리 젖은 나무가 되어 형태를 드러낸다.
잎이 바닥까지 내려온 나무의 땅에는 아직 물이 닿지 않았다.
겹겹이 쌓여있는 잎에 소리가 요란하다. 흙 향이 가득 찼다.
조용해졌다. 들어올 땐 몰랐는데 나가려는 움직임에 닿는 것이 너무 많다.
스치는 나뭇가지는 따갑고 축축한 잎들은 미끄럽고 차다.
무언가 볼에 붙고 발에 밟혔다. 살이 놀랐다



쿰쿰한 냄새가 난다. 코에 휴지를 꼽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가까이 갈수록 휴지를 뚫고 올라온다.
파를 잡아 올리니 노란 물이 뚝뚝 떨어지고 힘없이 축 늘어졌다.
파를 어떻게 하면 더 오래 먹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화분에 꼽았다. 집 안에 파 향이 퍼진다. 화분 째 냉장고에 넣었다.
찰흙을 뭉쳐 파를 꼽았다. 찰흙에 파를 그려 꼽았다.


썰린 산


고속도로 양옆으로 산이 썰려있다.
반원의 형태를 한 흙무덤 위로 나무들이 어색하게 서 있다.
단면에는 마저 넣지 못한 나무뿌리들이 옆으로 삐죽삐죽 나와 있다.
썰린 산 사이를 지나고 있다.


문규화(b.1990) 작가는 경원대학교 회화과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학과에서 평면조형 전문사를 졸업했다. 그룹전 《제3회 뉴드로잉 프로젝트》(2018,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을 열었고, 현재 개인전 《축축한 초록》(9.7~2019.1.13, 프로젝트 경성방직 서울)이 진행 중이다. www.moonkyu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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