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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ART

카산드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글 김영인

《날리니 말라니: 죽은 자들의 반란 1969-2018. 2부》 | 9.18~2019.1.6 | 카스텔로 디 리볼리 현대미술관

 

날리니 말라니, 〈탁자는 돌려졌다(The Tables Have Turned)〉, 그림자 극, 32개 턴테이블, 아크릴 물감, 잉크, 페트 실린더 뒷면에 그려진 서른 두개의 회화, 스포트라이트, 알라크난다 사마르트(Alaknanda Samarth)의 음향효과, 20분, 2008, 카스텔로 디 리볼리 현대미술관 소장철골 구조를 그대로 드러낸 가건물과 같은 모습으로 프랑스 파리의 현대성을 상징하는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와 10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의 고성 카스텔로 디 리볼리(Castello di Rivoli). 어디 하나 닮지 않은 두 건축물의 공통점은 바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각국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겉모습만큼이나 서로 다른 두 개의 미술관이 하나의 전시를 공동으로 기획하였다. 각자 다른 주제와 작품들로 구성된 두 개의 전시가 준비되었지만, 조명 받는 주인공은 하나이다. 바로 인도의 동시대 작가, 날리니 말라니(Nalini Malani, b.1947)이다.

국내에서는 2017년 상반기에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상상적 아시아》,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인피니트 챌린지》 등 그룹전을 통해 몇 차례 소개된 바 있지만, 여전히 날리니 말라니의 이름은 익숙하지 않다. 그는 1960년대 후반부터 인도 뭄바이를 기반으로 영상과 회화, 음향,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업을 선보여온 작가이다. 50년에 달하는 시간을 꾸준히 작업해온 그이지만 노령에 접어든 지난 몇 년간이 그의 작업 연혁에서 가장 뜨거운 순간인 듯하다. 2012년 《카셀 도큐멘타(Kassel documenta)》에 참여한 이후 일본과 미국, 네덜란드 등의 주요 미술관들이 그의 개인전을 연이어 기획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양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그의 회고전인 이번 전시 《죽은 자들의 반란(The Rebellion of the Dead)》 역시 작가를 향한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반영한다.
2017년 연말부터 2018년 초까지 퐁피두센터에서 진행된 전시는 1970년대 초 그가 인생의 대학이라고 부르는 파리에서 머물렀다는 사실과, 68혁명 50주년이라는 시기적 특수성을 고려한 듯 68혁명 이후의 포스트모더니즘과 그의 작품과의 연관성에 중점을 두었다. 한편 지난 9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진행될 이번 카스텔로 디 리볼리에서의 전시는 그의 예술을 논하는 데 있어서 결코 빼놓을수 없을 ‘여성주의’라는 주제에 분명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날리니 말라니의 작업은 한결같이 여성성에 대한 탐구의 연장선에 있었다. 2010년대 이후 소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부각된 여성주의는, 2018년 현재 어느 때 보다 논쟁적인 동시에 관심을 끌기 쉬운 단어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을 증명하듯 미술계에서도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작가들과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작업들이 수없이 등장하고 있다. 발랄하고 도발적인 젊은 작가들의 작업 사이에서 굳이 70대 작가의 페미니즘에 귀를 기울여야할 필요가 있는지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시장을 들어서는 이의 공감각을 사로잡는 그의 싱싱한 작업은 이러한 질문을 잊게 만들어줄 것이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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