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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ROPOLOGY OF IMAGES ②

죽음의 오브제, 죽음의 장소 : 르네상스, 미니멀리즘, 김민애

글 이나라

김민애, 〈기러기〉(부분), 폴리스타이렌과 고무에 페인트, 사운드, 무빙 라이트, 300×4,000×3cm, 2018, 사운드 디자인: Woo Morceau J., 사진: 남기용 ⓒ에르메스 재단 제공

1. 이미지, 물신, 석관 : 르네상스의 분열적 심성
1478년 피렌체의 부유한 은행가 프란체스코 사세티(Francesco Sassetti, 1421~1490)는 산타 트리니타 대성당에 돈을 지불하고 예배당을 얻는다. 이제 사세티는 아내와 함께 이 예배당 벽에 묻힐 것이다. 이에 앞서 사세티는 도메니코 기를란다요(Domenico Ghirlandaio)에게 예배당을 장식할 벽화를 주문한다. 예배당 측면에는 사세티 부부의 관이 각각 들어서고, 정면에는 세 개의 벽화가 세 층위로 그려졌다. 제일 위로 프란체스카 수도회 소속 사제들이 교황에게 회칙을 승인받는 벽화, 그 아래 한 아이의 부활의 기적을 다룬 벽화, 제일 아래쪽에 아기 예수를 경배하는 목동을 묘사한 드물지 않은 주제의 종교화가 차례로 묘사되었다. 주문자인 사세티 부부는 기를란다요의 벽화 하단 양측에 신실하게 기도하는 모습으로 또렷이 묘사되고 있다.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는 당시의 문헌 자료와 도상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여 프란체스카 수도회를 묘사한 상단 벽화 속의 인물들이 사세티와 당시 피렌체 유력 가문 구성원(로렌초 메디치와 그의 아이들, 이들과 교류하였던 시인 폴리치아노 등)들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 것을 밝혔다. 종교화의 비용을 치루는 주문자와 주문자 가족의 초상이 종교화 속에 등장하는 것은 당시 회화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아비 바르부르크는 기를란다요의 벽화가 플랑드르 화가들의 빼어난 관찰력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나 당시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여 주변 인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아비 바르부르크에게 기를란다요의 벽화 속 인물로 등장하는 주문자의 형상은, 신비한 힘을 얻기 위해 자신의 밀랍인형을 신성한 장소에 남겼던 당시 피렌체의 ‘원시적’인 이교적 풍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유력인사와 외지인들은 자신의 모습을 본뜬 밀랍인형을 만들어 피렌체의 산타 안눈치아타 교회에 봉헌했다. 이들의 밀랍인형이 교회를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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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짜 주인공과 특정한 오브제 : 김민애의 〈기러기〉와 미니멀리즘의 오브제
현대의 미술관으로 돌아가 보자. 하얀 색 벽 위에 벽과 같은 색, 도합 9개의 모종의 모양이 3cm 높이로 벽에 고착되어 있다.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시종 들리고 무빙 라이트가 빙그르르 돌며 전시장 삼면 벽 위를 차례로 비춘다. 구를 방도는 없으나 구를 잠재성은 가지고 있는 바퀴를 구태여 미술관 실내 구조물의 연장이자 이탈인 스틸 기둥 아래 달아둔 바 있었던 작가는 (〈지붕발끝〉, 2011) 상업 시설 탓에 바깥 도산공원 근방보다 가까스로 조금 조용한 아뜰리에 에르메스 전시장에 날 방도도, 날 가능성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새의 윤곽을 설치했다. (〈기러기〉, 2018) “미술을 담는 공간이 거꾸로 미술을 규정하는 틀로 둔갑하는 지점”에 대해 묻기 위해 별다른 의미 없이 일상 공간에서 볼 수 있는 닭, 오리, 비둘기 같은 새의 간단한 윤곽을 가짜 주인공 삼아 배치하고 공간을 텅 비웠다는 김민애는 이미 이전에도 오브제의 용도 뿐 아니라 미술관이라는 ‘장소’를 의식하고 활용하는 작업을 진행했었다. 다만 이번 전시는 보다 직관적이고 감정적 결과물이라고 스스로 밝혔던 것처럼, 가짜 주인공으로 초대된 윤곽들의 지시체(새)가 ‘대충’ 환기하는 감각과 감정, 기억이 너무 구체적인 탓에 가짜 주인공들은 곤란하게도 쉽게 가짜 진짜 주인공 노릇을 그만 두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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