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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ART

아나 멘디에타 시간과 역사는 나를 뒤덮는다

글 김수아

아나 멘디에타, 〈개울(Creek)〉, 슈퍼 8 필름, 1974 ©The Estate of Ana Mendieta Collection, LLC. Courtesy Galerie Lelong & Co.

아나 멘디에타는 1948년 쿠바의 수도 하바나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이그나시오 멘디에타(Ignacio Mendieta)는 당시 혁명을 이끌던 카스트로 정권에 저항하는 정치가였다. 1959년 혁명 후 쿠바정권이 카스트로 독재 체제에 돌입하자 신변에 위협을 느낀 그의 아버지는 쿠바 카톨릭 교회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연합 아동구출 작전인 ‘피터팬 작전(Operation Pedro Pan)’을 통해 1961년, 어린 멘디에타와 그의 언니를 미국으로 보낸다. 이후 미국 아이오와(Iowa)의 한 고아원으로 보내진 이들이 어머니와 남동생을 다시 만난 것은 약 5년이 흐른 뒤였고, 반혁명주의자로 체포된 아버지가 미국으로 이주하기까지 약 18년이란 세월이 소요됐다. 이런 복잡한 정치적 상황에 의한 가족과의 이별, 고향과의 단절 그리고 낯선 나라로의 이주까지. 열두 살의 어린 아나 멘디에타가 겪어야 했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쿠바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 상실감 등은 이후 그의 예술 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지 위의 흔적, 대지-신체 미술(earth-body art)


아나 멘디에타는 작품을 통해 종교, 지역, 사회, 정치적 경계를 거침없이 넘나든다. 또한 그림, 조각, 퍼포먼스, 사진,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20년도 채 되지 않는 활동기간 동안 200여 개의 작품을 남겼다. 그중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그간 멘디에타가 탐구해온 중심 주제와 개념들을 매우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화면 속 멘디에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연의 모습 그대로 등장하거나 불이나 모래, 파도, 진흙 등에 ‘실루에타(Silueta)’로써, 즉 자연 속에 흔적으로써 나타난다. 그 흔적들은 때로는 동굴이나 무덤, 화산의 형태를 띠거나 여성의 신체 실루엣이나 성기 또는 손 모양이 되기도 한다. 그는 이렇게 자연 속에서 자신의 신체를 창작을 위한 도구이자 작품 자체로 사용하는, 이른바 대지와 신체를 결합한 고유의 작업방식인 ‘대지-신체(earth-body)’ 작업을 만들어냈다. 그가 이와 같은 대지-신체 작업을 창조하게 된것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며 당시 미술계의 큰 흐름이던 퍼포먼스와 대지미술(Land art)등을 접한 경험과, 멕시코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으로 떠난 유적 발굴 여행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이 여행에서 토착문화와 유럽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의 문화역사적 환경에 심취하게 되는데, 이는 쿠바와 미국 두 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을 모두 품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멕시코의 복합적인 문화역사적 정체성에서 어떤 의미나 연결고리를 찾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후 멘디에타는 멕시코와 쿠바, 미국을 오가며 다양한 역사적 장소에서 대지-신체 작업을 전개했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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