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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ROPOLOGY OF IMAGES ③

소망의 정원, 증상의 봉헌물(Ex-voto) : 이교도와 퀴어

글 이나라

금속판 봉헌물, 사진: 이나라

1. 정원

데릭 저먼(Derek Jarman, 1942~1994)이라는 인물과 오준수(1964~1998)라는 인물이 있다. 두 사람은 1990년 중반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망하기 전 두 사람은 모두 게이 인권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2018년이 저물어가는 무렵 원앤제이갤러리에서 소개된 이강승의 전시 《Garden》은 게이 인권과 에이즈라는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진 두 인물의 삶을 함께 기린다. 먼저 한국 동성애자 인권 운동에 힘썼던 오준수의 삶이 있다. 오준수가 남긴 일기, 편지, 가명으로 펴낸 에이즈 환자의 수기가 전시된다. 개인적인 고독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고 있는 글과 오준수를 기리는 지인들의 글은 아카이브의 형태로 전시되기도 하고, 작가의 드로잉, 설치, 영상 작업을 통해 소개되기도 한다. 그리고 데릭 저먼의 삶이 있다. 데릭 저먼은 전위적이고 전복적인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이지만 전시는 저먼이 만들었던 영상 클립을 소개하지 않는다. 이강승은 데릭 저먼이 가꾸었던 정원을 소개한다. 1986년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안 데릭 저먼은 1994년 세상을 뜰 때까지 영국 켄트 지방의 외딴 던지니스 해변가(Dungeness)에 기거하며 ‘프로스펙트 코티지(prospect cottage)’라 이름붙인 작은 집과 정원을 가꾸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릭 저먼의 정원은 병든 자가 찾아들었던 은거의 땅이 아니다. 데릭 저먼이 그곳에서 찍었던 영화 〈The Garden〉에서 확인할 수 있듯 던지니스 해변가 프로스펙트 코티지 바로 옆에는 핵발전소가 있었고, 바람이 거세었으며 자갈 가득한 토지는 결코 비옥하지 않았다. 비옥한 토지 대신 자갈 가득한 곳에서 저먼은 정원을 가꿨다. 헤새욘(D.G.Hessayon) 같은 이가 쓴 근대적 정원 가꾸기 매뉴얼을 조롱하면서 저먼은 울타리 없는 정원, 낯선 꽃과 뜻밖의 꽃이 함께 어울리는 장소를 ‘살았다’. 그곳은 선사(先史)적인 시간의 공간이었을 것이다.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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