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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신체적 장소로서의 전시, 또는 심리적 장소로서의 전시

글 송윤지

송민정: COLD MOOD(1000% soft point) | 10.10~10.31 | 취미가

송민정, 《COLD MOOD (1000% soft point)》 전시 전경, 사진: 홍철기, 이미지 제공: 취미가

미술전시란 무엇인가? 당신은 미술전시에서 무엇을 경험하는가? 미술전시는 일차적으로 미술작품과 관람자를 만나게 하는 일종의 매개다. 또한 전시는 종종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서 기능한다. 그래서 작가들은 전시장이 갖는 공간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거나 변형시켜 특정한 동선을 만들곤 한다. 그것은 관람자에게 작품 자체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여건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작품과 함께 작품을 둘러싼 환경적 요소를 인지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송민정의 개인전 《COLD MOOD (1000% soft point)》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기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전시다. 전시공간과 설치작품, 그리고 영상작업이 공들여 짜 맞춘 시계 속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동시에 각각의 세부 요소가 관람객들의 타임라인 위에서 어떤 감상 또는 느낌을 유도하는 장치가 된다.
이 전시를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송민정의 이전 작업들에 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송민정은 ‘시리어스 헝거(SERIOUS HUNGER)’라는 가명으로 SNS 상에서 활동하면서, 마치 쿠키나 케이크 브랜드처럼 《과자전》에 참여하거나 맞춤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한편으로는 ‘무드’를 키워드로 한 영상작업을 꾸준히 선보였는데, 그것들 중 몇 가지는 시리어스 헝거를 홍보하는 광고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결과 시리어스 헝거 계정의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케이터링 서비스를 겸하는 디저트 브랜드인지 미술작가인지 헷갈리는 지점들이 발생한다. 실체가 불분명한, 유령같은, 모호한 정체. 송민정은 SNS 계정을 특정한 정서를 공유하는 하나의 장소로 인식하고, 그를 통해 SNS의 본질을 꿰뚫는 작업들을 지속해왔다. 여기서 시리어스 헝거는 작가의 페르소나이자, 휴대폰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중개자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송민정에게 오프라인에서의 전시라는 것은 말 그대로 유령에게 몸체가 생긴 상황과 다름없는 것이다. 시리어스 헝거에게 처음 몸체가 생긴 것은 작년 말 취미가에서 열린 《취미관》 행사에서였다. 하지만 송민정은 당시 프랑스 어느 시골마을에서 과자가게를 운영하는 ‘자끌린’이라는 또 다른 SNS 계정을 만들어 시리어스 헝거의 실체화를 유보했었다. 시리어스 헝거는 자끌린의 친구로 프랑스의 작은 시골 가게와 서울의 취미관 행사를 연결시키는 중개자 역할을 철저히 수행했을 뿐이었다.
이전의 작업들이 SNS 계정이라는 심리적 장소에 실제 공간을 붙여 결국 시리어스 헝거의 외연을 가상으로 확장한 것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서 송민정은 드디어 신체적 장소로서의 실제 공간에 작업을 펼쳐 보였다. 그는 전시장에 여러 겹의 설정들을 쌓고 현실과 가상에서 각각 다양한 신체적 감각과 심리적 인지를 경험하게 만들었다. 전시공간을 두 개로 나누어, 각각 흰 벽에 스테인리스 테이블과 냉장고가 있는 밝지만 냉정한 무드의 바깥 공간과, 붉은 벨벳 커튼과 조명으로 둘러싸인 화려하고 어지러운 무드의 안쪽 공간으로 꾸몄다. 관람자는 전시장에 입장하면 타블렛 PC와 에어팟을 제공받는데, 타블렛에서 재생되는 영상 속 안내에
따라 밖에서 안으로 입장하게 된다. 영상은 관람자의 동선을 지시하는 동시에 서울이라는 장소의 무드와 그 안에서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여러 감정들을 다룬 내러티브를 다루고 있다. 정제된 하얀 공간에서 흐트러진 붉은 공간으로 신체를 이동하면서 관람자는 점점 고조되는 영상 속 서사에 자연스레 몰입하게 된다. 송민정은 여기에 또 하나의 장치를 걸어두는데, 화면에 갑자기 음료 결제 팝업이 뜬다거나 향수를 예약 구매하라는 메시지가 뜬다거나 하는 것이다. 이는 이제까지 집중하며 의미를 파악하려 애썼던 내러티브가 사실은 단지 음료수나 향수의 판매를 위한 프로모션 광고였다고 여겨지게 만들어 허탈감을 자아낸다. 이와 같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공간에서 느끼는 신체적 감각의 낙차, 영상 작품과 광고를 보는 심리적 경험의 낙차 등이 관객마다 작품의 무드를 다르게 느끼도록 만든다.
송민정의 전시에서 관람자들은 예술적 경험과 일상적 경험의 교차를 경험한다. 관람자의 시점에서 이 전시는 미술 전시를 관람하는 동시에 카페에서 음료를 사 마시는 경험, 화려한 파티가 끝난 뒤의 거실 소파에 늘어져 있는 경험을 제공하며, 영상 작업의 경우도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동시에 유튜브의 영상 콘텐츠나 TV 광고를 보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원적 정체성과 자유로운 호환성이야말로 송민정의 작업이 갖는 강점이다. 이제 다시 질문을 던져 본다. 당신은 미술 전시에서 무엇을 경험하길 기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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