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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철, 삶의 풍경을 그리다

글 백지홍

 

박순철 작가는 평생 수묵을 재료로 그림을 그려왔다. 풍경도 그리고 꽃도 그렸지만, 역시 그를 대표하는 것은 수묵 인물화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초, 시대착오적이라 할 만큼 우직하게 인물화를 그린 그의 등장은, 전통 인물화의 계보를 잇는 ‘루키(rookie)’의 등장을 알리는 것이었다. 이후로 많은 전시에 참여하고, 작품을 그린 작가는 어느새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썩 어울리는 중견작가가 되었다. 『미술세계』는 박순철 작가를 2019년 2월의 표지 작가로 초대했다. 먼저 1993년 첫 번째 개인전부터 2018년 12월에 개최한 《길을 걷다》까지 14번의 개인전을 중심으로 25년간 작가의 작품세계가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살펴본다. 이를 통해 청년작가의 패기가 중견작가의 원숙함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작가와의 인터뷰에는 작품의 너머에 존재하는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숨 고르기를 마친 후반기의 본격적인 작업들은 2009년 월전미술문화재단 선정 지원작가전으로 개최된 《박순철》(한벽원갤러리, 2009)에서부터 등장한다. 이 전시에서 이주노동자, 다문화 가정, 촛불 소녀, 어느 여배우의 죽음, 철거민, 파업 노동자, 두 전대통령의 죽음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바라보며 소외된 이들, 중심에서 벗어난 이들에 포커스를 맞춘 박순철 작가는 손이나 발만을 그린 〈눈물〉이나 〈노숙〉과 같이 생략을 통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전시를 기획한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의 류철하 학예실장은 전시에서 선보인 박순철의 작업들을 “특유의 섬세한 관찰로부터 곡절있는 인생의 다양한 표정들을 포착한 수묵인물화를 통해 애수와 연민, 풍자와 해탈의 다양한 속경과 탈속경을 표현해 왔다.”고 평가했다. 전시에 담긴 이 모든 풍경이 작가의 일상 근처에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가는 그림에 그려진 이들을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그의 풍경은 어느새 이웃의 풍경에서 우리 사회 공동체의 풍경으로 넓어졌다.

 

"작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야만 현실을 바로 볼 수 있지요. 나아가 이념이나 종교를 비롯해 보편적인 도덕성에서도 초월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자율성이 확보되는 거죠. 작가에게 도덕성은 진정성인데, 이것이 바른 작가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로 살아가려면 조금은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정신, 양심을 놓치면 안 됩니다. 그것을 놓치면 기술만 남습니다. 하지만 정신을 지키려면 고달프기에, 그 고달픈 짐을 지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말은 하지만 저 자신도 늘 갈등합니다. 부끄러울 때도 많아요."

- 박순철, 본지와의 인터뷰 中

 

박순철(b.1963)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동양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4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동아미술제 수상작가전》, 《우리들의 얼굴전》, 《오늘의 한국미술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미술학부 동양화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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