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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ART

우리는 어떤 환경 속에서도 숨을 쉰다

글 이해빈

《피에르 위그: 움벨트(Pierre Huyghe: UUmwelt)》 | 2018.10.2~2019.2.3 |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ies)

《피에르 위그: 움벨트(Pierre Huyghe: UUmwelt)》 설치 전경, 서펜타인 갤러리, 런던 Copyright readsread. info. Courtesy of the artist and Serpentine Galleries

 

거의 벌거벗은 듯 텅 빈 전시장을 점유하는 다섯 개의 커다란 LED 스크린은 각각 그 형태와 실체를 도저히 해독할 수 없는 물체와 풍경의 이미지들을 빠르게 보여주고 있다. 더 큰 당혹스러움은 조명 하나 없이 어둡게 조성된 전시장 안에서 살아서 날아다니거나 이미 한 생명으로서의 주기를 끝마치고 죽어있는, 혹은 죽음 여부조차 가늠할 수 없는 파리들이 서서히 시야에 들어올 때 찾아온다. 이는 국내에서도 이미 잘 알려진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Ulrich Obrist)가 전임 예술감독으로 있는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ies)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전시되고 있는 프랑스 출신 개념미술가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b.1962)의 새로운 프로젝트이다. 2016년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에서 전시되었던 영상 작업 〈무제(인간가면)(Untitled(Human Mask))〉에서 재앙 이후 후쿠시마에 들이닥친 끔찍한 묵시록적 풍경으로 국내 관람객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그는, 근래 들어 동식물과 미생물을 포함한 다양한 유기체들을 재료 삼아 꾸린 자신만의 독특한 ‘생태계’를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전시명인 ‘UUmwelt’는 독일어로 ‘환경’을 의미하는 단어 ‘Umwelt’를 포함하고 있다. 피에르 위그의 기존 작업과 친숙한 이라면 이 단어가 그의 대표작 전반을 지배하는 핵심 개념임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끼, 암세포, 해양 생물, 곤충, 식물, 벌집 등 경계 없이 상상을 초월하는 범주의 요소들을 수집하여 유일무이한 생태계를 축조하는 예술가의 작업 방식뿐만이 아니라 인터넷과 가상현실을 동원함으로써 예술의 저작권 문제를 탐구하는 작가의 여타 다른 작업들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추상적 조건들과 자연, 도시와 같은 구체적인 그림을 동시에 연상시키는 ‘환경’이라는 단어가 해당 전시에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어떠한 예술작품이든지 관객에게 그 모습을 드러내려면, 다시 말해 ‘전시’라는 형태가 완성되려면 그것이 특정 환경 속에 놓여야만 한다는 사실이 전제된다. 이때의 환경은 실내 혹은 실외, 밝음 혹은 어둠, 고요함 혹은 소란스러움과 같이 그것이 놓이게 될 물리적인 조건을 지시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 공간의 성격이 공적일지 사적일지, 개방적일지 폐쇄적일지, 관습적인 것일지 혹은 대안적인 것일지 등을 묻는 추상적인 관념들을 통해 결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모든 가능성에 앞서 피에르 위그가 ‘환경’을 전시명으로 내세움으로써 강조하고 싶었던 지점은 환경이 직접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 즉 생물이나 사물에게 ‘영향을 미치는’ 자연적 조건이나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스스로를 명확하게 ‘개념미술가’라고 지칭한다는 점과 맞물린 위그의 반-직관적이고 난해한 작업들은 언제나 시촉각적 반응에 기반한 예측 가능한 독해를 차단한다. 한결 같이 이지적인 읽기를 요구하는 피에르 위그가 탄생시킨 《움벨트(UUmwelt)》는 크게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 전시로 읽을 수 있다. 동물(파리), 인간, 그리고 기계(인공 지능). 여기서 인간의 기본적 상식으로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불가해한 이미지들이 품고 있는 아이러니한 진실은, 사실 이들이 인간의 의식과 인식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에 있다. 이 해괴한 이미지들이 생산된 경로는 물론 위그의 ‘신세계’에 대한 열망과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그가 꿈꾸는 신세계란 동물과 인간, 그리고 지각 능력이 있는 기계가 공존하며 서로의 상상적 이미지를 함께 공유하는 세계이다. 작가는 자신이 제시한 신세계를 제2의 누군가에게 상상해보라 주문하고, 이때 일어난 제2의 해석은 인간의 신경망을 읽어내는 기계를 통해 시각화되어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된다. 신경과학자들의 도움으로 완성된 이 이미지들은 우리의 뇌가 만들어내는 그림들은 어떻게 생겼는지를 묻는 공상과학적 질문을 경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괴물적 결과물들은 여기서 그 변환을 멈추지 않는다. 전시 공간에 들어선 디지털 이미지들은 전시 공간 내의 조명, 온도, 습도에 따라, 그리고 방문한 관람객들의 행동 양식에 영향 받도록 조정되어 멈추지 않고 계속 변환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로지 다섯 대의 장치와 흩뿌려진 파리 떼로 심심하게 구성된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전달되는 이미지와 공간의 미장센은 강력하기 그지없다.

 

* 나머지 내용은 본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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